투표참여, 그 아름다운 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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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참여, 그 아름다운 줄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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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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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명수 의성군선관위 지도홍보주임

[경북도민일보]  지난해 3월 11일은 첫 번째로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동시에 우리 위원회와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동고동락한 공정선거지원단원 여러분과 위원회 임·직원들도 단속의 고삐를 푸는 날이기도 했다.
 필자는 오전에 우리 위원회 관내 서부지역을 대상으로 투표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혹시나 선거일에 선거운동을 하지는 않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현지 출장을 나섰다.
 투표소가 해당 농협 구내에 설치되어 있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서 필자는 깜짝 놀랐다. 길 양쪽에 죽 늘어선 수많은 차량들, 세우려고 하는 차와 투표를 마치고 가려는 차량들 사이로 분주하게 다니면서 교통 정리하는 분들까지.
 오전 7시부터 투표가 시작 되었으니까 11시가 다가오면 투표행렬도 시들해지는 것이 최근의 투표장 모습이건만 구불구불 길게 늘어선 줄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농협 뒷마당에 있는 농산물 가공공장도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필자는 오랫동안 서 계신 분들께 실례가 안 되도록 조심하면서 사진을 여러 장면 찍었다. 되도록 긴 줄의 장면을 담으려고 노력했으며 불편한 몸에도 기다리고 계신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훗날 좋은 글감이 될 성 싶었다.
 줄에 서 계신 분들 중에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계신 분, 두툼한 옷을 입으셔서 보기에도 불편할 것 같은 분, 모자를 뒤집어써서 누가 누군지 분간하기 어려운 분들도 계셨으며 간혹 앉았다 일어섰다 하시면서 무료함을 달래는 분들도 계셨다.

 그러나 불평의 소리는 한 마디도 없었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다른 측면의 평가도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필자는 그 모습 그대로 지금도 이해하고 싶다. 얼마나 진지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던가?
 그 날 전국 투표율 평균은 80%를 넘었다. 내가 선관위에 몸담고 경험한 국선, 대선, 지방선거의 투표와 비교하면 신선한 충격이었다. 좀 지난 얘기지만 80~90년대 투표소 모습과 삼삼오오 투표장으로 향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때는 투표하러 갈 때마다 줄을 서야 했다.
 선거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를 위해 대신 일해 줄 일꾼을 뽑는 것이다. 선거에서 우리들이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하는 의사표시가 투표이다. 신중하고 조용히 내린 결정을 양심이 인도하는 대로 투표지에 선명하게 붉은 색의 도장을 찍는 것이다.
 물론 너와 나의 목소리가 다를 수 있고 그 결과 선택이 다를 수 있다. 그래야 민주주의 아닌가? 이렇게 다양한 의견 속에서 선택된 사람은 다수의 의견에 소수의 의견을 십분 존중하여 본분을 다하고 다음번 선거에서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있었던 조합장선거의 진지하고 뜨거운 열기가 오는 4월 13일 국회의원선거에서, 나아가 내년의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유권자 모두가 이제 마음 아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조합장은 조합원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도 안다고 한다. 그만큼 조합원과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국회의원은 좀 다르다. 뽑아주면 저 멀리 달아난다. 특권자가 되는 것이다. 끼리 끼리 뭉친 집단의 논리에 양심 따위는 팔아치운다.
 수많은 세월 우리는 실망해왔다. “혹시 우리의 바람이 커서 실망도 큰 것일까?” 이제 우리 유권자는 조용한 ‘유권자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그들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들에 대한 기대는 마음 아프지만 많이 내려놓고 우리가 차라리 변하자. 깨끗한 한 표를 가슴에 안고 아름답게 줄서자. 인과응보의 대가를 보여줄 아름다운 줄을 길게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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