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노을 이울어 어둠이 내리면
휘적휘적 사각 상자 안으로 든다
구겨진 양말 한 짝 뒹굴고
잊고 켜 놓았던 라디오가
온종일 홀로 떠들다
목이 쉬어 지직거리는데
털썩 드러누워
누렇게 바랜 형광등 끄면
벽이 좁혀오고 천장이 내려오고
윗층에서 쿵쿵거리며 못질을 한다
벌떡 일어나 쪽창 내다보면
고운 연인이 속닥대며 지나가고
어느 아픈 사람은 쓰러질 듯 취해
고래고래 악을 쓰고
가난에 짓눌린 허리 굽은 노인이
두리번두리번 신문지를 줍고
돌아옴을 반기고 떠남을 애틋해하는
사람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가련한가
침잠한 고독에 표정없는 얼굴 위로
오늘은 왠지 눈물도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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