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성찰
  • 이경관기자
햄릿은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성찰
  • 이경관기자
  • 승인 2017.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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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숙 교수의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읽기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포항시립도서관은 겨울방학을 맞아 1일부터 22일까지 4회에 걸쳐 셰익스피어 국내 권위자 권오숙 한국외대 교수를 초청해 특별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권 교수가 전하는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1)‘햄릿’

 우리가 요약본을 통해 알아온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가 아니다.
 이번 강연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제대로 알고 그의 아름다운 언어를 탐독해 보길 바란다.
 셰익스피어는 영국 르네상스가 한창 꽃피었던 엘리자베드 1세 때 영국 중부 지방 워릭셔의 스트랫포드어폰에이본에서 태어났다.
 스트랫포드의 문법학교에서 라틴 문학과 고전 문학 학습했지만, 당시 활동하던 대학출신 극작가들과는 달리 대학교육은 받지 못했다. 1580년대부터 런던의 극장에서 견습배우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되며 1592년에 극작가로 명성을 떨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추측하는 이유는, 관련 자료가 부족함에 따라 현재까지 셰익스피어 진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문호라는 타이틀을 가진 셰익스피어는 4대 비극 ‘햄릿’, ‘맥베스’, ‘리어 왕’, ‘오셀로’를 비롯해 총 38편의 희곡과 2편의 장편 설화시, 154편의 소네트를 썼다.
 그의 작품은 음악, 영화,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400년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희극 작품을 많이 썼지만 비극 장르에서 최고의 걸작들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햄릿’, ‘리어왕’, ‘맥베스’, ‘오셀로’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아 4대 비극이라 부른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비극과 달리 운명이나 신탁에 의해서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성격적 결함으로 인해 비극이 발생한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셰익스피어의 대표작 ‘햄릿’을 들여다보자.
 ‘햄릿’은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주제인 삶과 죽음에 대한 실존적 논의를 통해 세계 문학의 최고봉에 오른 작품이다.
 엘리자베스 시대 유행하던 복수극의 형태를 띠지만 햄릿의 삶과 죽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통해 20세기 실존주의극의 면모를 지닌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프로이트의 유명한 심리학 이론을 낳은 작품이다.
 또한 많은 햄릿의 독백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통찰하고 묘사하고 있으며 셰익스피어 비극 중 가장 긴 작품이다.
 ‘햄릿’의 내용은 형을 독살한 숙부와 그런 시동생과 재혼한 어머니를 보며, 사변적이고 철학적인 햄릿 왕자는 삶에 대한 회의와 냉소에 빠진다. 햄릿은 비이성적인 본능과 욕망만 난무하는 이 세상에 대해 환멸을 느껴 자살 충동 느낀다.
 그런 햄릿에게 선왕의 유령이 나타나 복수의 짐 부과한다. 하지만 햄릿은 복수를 지연하며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명상에 빠진다.
 변절자들로 둘러싸여 권력과 그것에 영합하는 인간들의 정치적 속성을 비꼬고, 더러운 탐욕과 욕정을 역겨워하며, 가변적인 이 세상에서 영원한 진리는 없음을 깨닫는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순간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사유에 빠져들고, 죽음 앞에 만인은 평등해진다는 진실에 도달한다.
 햄릿은 숙부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에 불타면서도,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갈등한다.
 그렇게 햄릿이 복수를 지연하는 가운데 폴로니어스, 오필리어, 왕비 등이 희생된다.
 이 때문에 햄릿은 우유부단한 인물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지고 그것이 그의 비극을 불러오는 성격적 결함으로 여겨진다.

 ‘햄릿’은 인간의 내면과 행동을 연구하는 대표적 캐릭터로도 활용된다. ‘햄릿’과 관련, 러시아의 소설가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햄릿 형 인간’과 ‘돈키호테 형 인간’으로 분류한다. ‘햄릿 형 인간’은 행동하기 전에 먼저 신중하게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다.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생각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만 머리 속 생각을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게 흠이다.
 ‘돈키호테 형 인간’은 생각보다는 행동을 먼저 하는 사람이다. 일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은 있지만 즉흥적인 감정이나 성급한 결정으로 시행착오를 반복한다.
 세계 최고의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와 어니스트 존스는 ‘햄릿’과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하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유명한 심리학 이론을 만들어냈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란 아들이 어머니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성적 애착을 갖게 돼 아버지를 증오하는 심리를 말한다. 햄릿은 ‘복수’라는 자기의 임무를 인식하고 있으나 극이 끝날 무렵까지 그 복수를 이행하지 못한다.
 프로이트는 이런 햄릿의 복수 지연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햄릿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를 차지하고 싶은 자신의 무의식적인 소망을 행동으로 옮긴 클로디어스를 죽일 수가 없었다는 해석이다.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선과 악이 확실하지 않은 복잡한 인간상이 존재한다.
 ‘햄릿’은 아버지 복수 수행자에서 래어티스 복수의 대상으로 변모한다. 결국 우유부단했던 햄릿의 성격은 살해라는 경거망동으로 이어진다. 클로디어스 숙부도 형제 살해 악인에서 참회기도를 올리는 사람으로 변한다. 이는 거트루드 왕비에 대한 진실한 사랑 때문으로 풀이된다.
 ‘햄릿’에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 다양한 장면이 등장한다.
 “햄릿: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가혹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참고 사는 것이 장한 일인가. 아니면 고통의 바다에 대항하여 무기를 들고 대항하다 죽는 것이 옳은 일인가. 죽는 건 그저 잠자는 것. 그뿐 아닌가. 그런 주저가 없다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모욕을 참겠는가. 폭군의 횡포와 권력자의 오만함, 좌절한 사랑의 고통, 늦장 부리는 재판, 오만방자한 관리들, 덕망 있는 사람이 소인배에게 받는 그 모욕을 참아 내겠는가. 그저 칼 한 자루로도 이 모든 것을 깨끗하게 끝장낼 수 있는데, 그 누가 무거운 짐을 걸머지고 이 괴로운 삶을 신음하며 땀 흘리며 살겠는가.”(3막 1장)
 햄릿의 우울증을 부른 자살충동 대사에서 셰익스피어는 폭군의 횡포와 권력자의 오만함, 좌절한 사랑의 고통, 늦장 부리는 재판, 오만방자한 관리들 등 권력자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법의 오만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햄릿 속에는 최근 국내에 대두되고 있는 여성 혐오담론이 등장한다.
 햄릿은 이 극 속에서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와 같은 여성 비하적 대사를 자주 언급 한다. 이는 변절한 어머니에 대한 혐오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어머니의 변절을 전 여성의 변절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햄릿: 여보게, 호레이쇼. 내 마음이 철들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사람의 품성을 분간할 수 있게 된 뒤부터 난 자넬 진정한 영혼의 벗으로 여겨왔다네. 자넨 인생의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을뿐더러 운명의 여신이 안겨주는 고통이나 은총을 한결같이 고맙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네. 자네는 감정과 이성이 사이좋게 어우러져 운명의 여신의 손끝에 놀아나서 우둔한 소리를 울려 주는 패거리들하고는 본바탕부터 다르네.난 참으로 자네가 부럽기 그지없네. 감정의 노예가 아닌 사람이 이 세상에 있다면 내 이 가슴 속 깊숙이 간직하고 싶네.자네가 바로 그런 사람일세.”(3막 2장)
 최근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세계 곳곳의 교도소에서 교화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의 한 사례를 보면, 독방에 갇힌 살인수가 10년 동안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 경우가 있다.
 현재 그 살인수는 교도소에서 셰익스피어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감정과 이성이 잘 조화를 이룬 사람 즉, ‘호레이쇼’가 최고의 인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한다. ‘햄릿’은 또 수많은 명언으로 대변되기도 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 △“인간은 만물의 영장”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등 전 세계인들에게 회자되는 이 유명 경구들은 부조리한 삶과 죽음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결국 인간의 실존적 운명에 대한 숭엄한 명상이 보석같은 언어들로 표현된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이라 할 수 있다.
 8일에는 셰익스피어의 또다른 4대비극 ‘리어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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