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줄곧 내린 비는 결국 일조량(日照量) 부족 현상을 일으키고 말았다. 폭염주의보-폭염경보가 거듭된 기온 속에서도 햇볕은 태부족이었고 보면 농사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8월 들어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고작 나흘 뿐이었다. 비가 오지 않더라도 흐린 날이 많았던 탓에 일조량은 지난해의 40% 수준이라는 게 기상대의 분석이다. 사과가 우박 피해를 입은 데 이어 포도, 복숭아 같은 제철 과일들의 당도(糖度) 저하로 과수농가의 손해가 막심하다. 논밭 농사라고 순조로울 수는 더욱 없다. 농업의 어느 분야도 얼굴을 펼 곳이 없어 보인다.
바다는 어떤가. 경북 동해안 일대에 냉수대가 확산되고 있다. 특정해역뿐만 아니라 이제는 포항, 영덕, 경주, 울진 일대 모든 연안 해역에 냉수대가 뻗쳐 있다. 이 바람에 `물 반-오징어 반’이라던 바다에선 난류성 어종이 사라져 버렸다. 양식업 또한 피해가 크다. 어장이 형성되지 않은 바닷 속은 대형 해파리 떼가 몰려들어 수산자원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어민들로서는 가슴 칠 노릇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상이변은 여름 휴가철 경기에도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날씨가 고르지 않으니 피서객 숫자가 들쭉날쭉이다. 게다가 자가용 시대에 `알뜰 피서’ 바람까지 불어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를 않는다.인파는 북적거리되 돈 쓰는 사람은 격감했고 보니 한철 장사는 물 거너 간 형국이다. 그런데도 포항시 당국은 납득하기 어려운 피서객 숫자를 내놓고 헛자랑하기에 바쁜 모습이라고 한다. 지난 11일 하루만 하더라도 포항지역 6개 해수욕장에 16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주장이나 실제로는 9만5000명을 넘기 어렵다는 게 본보 보도다.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산출 방법에 도취한 상태에서 무슨 올바른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이래저래 이번 여름을 보내는 사람들의 마음은 영 상큼하지 못하다. 그 큰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온난화 심화의 원인은 사람이 제공했고 보면 더욱 그렇다. 병든 지구 치유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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