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실용가치를 젖혀놔도 은행나무는 사람들의 사랑이 담긴 눈길을 붙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시쳇말로 그 매력 포인트는 `잎새’다. 소녀는 책갈피에 끼울 욕심으로 낙엽을 훑는 눈길이 바쁘고, 손잡은 애인들은 그 위를 거닐며 감촉을 즐긴다.`글쟁이’들 또한 붓놀리는 손길이 바쁘다. ”지금 너는 싸늘한 가을 바람을 타고 먼저 떠나기를 서두느냐. 늦게 왔으니 늦게 떠나는 것이 마땅한 차례일 것도 같은데.… 의젓하게 노오란 수의(壽衣)에 싸인 몸이 땅위에 떨어진 뒤에도 소생할 듯이 싱싱하고 아름답다.비록 늦게 와서 빨리 떠나는 짧은 일생이나….” <김태길/낙엽>
그의 말마따나 “주옥(珠玉)에도 비길 올차고 맵시있는 열매”를 처분하는 방식은 지자체마다 서로 다르다. 대구는 가로수의 4분의1 가량인 4만2천여 그루가 은행나무여서 가을걷이가 풍성하다. 1만그루 쯤이 열매를 맺는다.가을걷이로 5천만원 쯤되는 돈을 벌 수 있다.비영리 단체인 대한노인회가 채취와 처리를 맡는다.울산에서 채취되는 은행 값은 연말 복지시설용이다.
이와는 다른 모형은 구미다. 채취 의사를 밝힌 단체와 시민에게 사전 교육을 시켜 맡기고 있다. 무분별한 채취로 나무가 다치는 사태를 막기 위함이다. 은행 열매를 딴답시고 무예 근처에도 못갈 `발차기’ 솜씨를 뽐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몽둥이나 벽돌장까지 들고 나서는 이도 있으니 나무의 안위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쓸모 많은 나무이지만 은행 열매의 구린내만은 환영받기 어렵다.`낙엽거리’를 만든다고 손 안대는 곳일수록 발길에 밟혀 뭉그러진 열매껍질은 애물단지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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