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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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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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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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들의 속을 태우던 가을장마가 겨우 끝났나 싶더니 11호 태풍 `나리’가 한바탕 휘젓고 지나갔다. 이 심술퉁이가 지나간 자리는 온통 상처투성이다. 당장 코앞에 닥친 추석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엊그제 포항 농협공판장의 1㎏ 단위 경매시세(도매)를 보면 모든 품목이 갑절 이상 올랐다. 대파 1000원, 풋고추 3000원….
 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소식도 있다. 돌문어 (4㎏)는 8만원이다.불과 1주일 전엔 3만~4만원이면 살 수 있었다. 서민의 장바구니에 찬바람만 부는 이유는 또 있다. 자연산은 웃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 때문에 조업을 못했으니 자연산이란 게 있을 리가 없다. 게다가 수입산은 값도 싸니 서민도 지갑을 열게 된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추석 차례상이 외국산으로 꽉 차게 생겼다. 조상님들께 죄송스러울 뿐이다. 햇곡식으로 정성껏 차례상을 마련해야 된다는 것은 아는데 이를 실천할 방도가 없으니 탈이다. 준비한 제수용품을 살펴본다. 중국산, 미국산, 칠레산…. 그야말로 다국적이다.
 추석은 누구나 배부르고 흐뭇한 마음으로 맞고 보내는 게 항례다. 박경리의 `토지’에 그런 대목이 나온다. “추석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돼지나 소나 말이나 새들에게. 시궁창을 드나드는 쥐새끼들에게도 포식의 날인가 보다.” 사리는 이런데 다국적 차례상은 해마다 그 세력권이 넓어지고만 있으니 만물이 모두 입맛을 바꿔야 할것 같다.
 세상엔 `법칙’도 많고 `원칙’도 많다. 정원 늘리기 좋아하는 공무원들을 빗댄 `파킨슨의 법칙’도 있으니 법칙 없는 분야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때만 되면 오르고, 일단 오르면 내리지 않는 `명절 물가의 법칙’이란 것도 있을 법하다. “물가, 그놈 잡아다 당장 구속하라”고 호통쳤다던 옛날 어느 분이 생각난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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