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연/언론인
한나라당 이재오 최고위원이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건거를 탔다가 한 시민의 고발로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유력 대통령후보의 최측근 참모인 이 최고위원이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30만 원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 것은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보다는 투철한 시민 의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이런 시민이 곳곳에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더 투명해지고 법과원칙, 정의가 살아 숨쉬는 곳이 될 것이다. 이제라도 공인(公人)이라면 시민의 눈을 더욱 무서워해야겠다.
경찰에 이 최고위원을 고발한 시민은 30대 남자다.
그는 인터넷에서 이 최고위원이 지난달 26일 한반도 대운하 자건거 탐방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자동차 전용도로인 올림픽대로에서 10여분 간 자전거를 탔다는 기사를 봤다. 이 최고위원과 대운하 지역추진본부 관계자 13명은 당시 경찰 단속에 걸리지 않았다.
이 시민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처벌받는 국민이 많다. 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그렇게 정치행사를 하는 것 같아 경종을 울리려고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랏일을 하는 분들도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면 교통법류를 어긴 게 아니냐”고도 했다.
이 시민이 한나라당이나 이 최고위원을 싫어해서, 즉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고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소위 `빽’ 없는 시민들은 작은 법규하나라도 어기면 처벌을 받는데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큰 범법 행위를 하고도 잘도 빠져나가는 것에 분개했을 것이다. 모처럼 공인의 잘잘못을 감시하고 가리는, 살아있는 시민의 눈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하기조차 하다.
이 최고위원은 “자동차 전용도로 표지판이 없어 몰랐다”며 “벌금을 물리면 내겠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 측은 당시 탐방에 참가한 인원 명단까지 자진해서 알려왔다고 한다. 별 군소리 없이 잘못을 깨끗이 시인했다.
벌금 액수가 적으니 빨리 돈 내고 조용히 끝내자는 속셈은 아니었을 것이다.
표지판을 봤건 못 봤건 법을 위반한 게 분명한 이상 아무리 대선후보의 실세고 최고위원이더라도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경찰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즉결심판에 회부한 것도 잘했다.
만의 하나 경찰이 시민의 신고를 묵살하거나 질질 끌면서 은근슬쩍 넘어가려 했다면 되레 사건은 커졌을지 모른다.
대선후보 등 공인과 관련된 갖가지 의혹도 이처럼 깔끔하게 처리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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