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로 구속수감된 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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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로 구속수감된 국세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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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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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일/언론인
 
 전군표 국세청장이 6일 밤 구속 수감됐다. 현직 청장의 구속 사태는 국세청이 1966년 당시 재무부에서 외청으로 분리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 청장의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수뢰다. 이미 알려진 대로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지방 국세청장으로 부터 인상청탁 등의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전 청장이 그 동안 일관되게 금품수수 사실을 부인해 온 것과 달리 법원은 피의사실에 대해 소명이 충분하고 피의자의 현직 지위와 관련, 주요 참고인들이 피의자의 지휘계통에 있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도 높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결국 자신의 소망과 달리 전 청장은 현직 국세청장의 신분으로 구속 수감되는 오명을 남기게 된다.
 국세청장이 비리로 구속 수감됨에 따라 도덕성을 최고의 무기로 삼아온 참여정부에도 작지 않은 상처를 안기게 된 셈이다.
 전 청장이 실질심사 직전 사의를 표명 했으나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전 청장이 영장청구 이전이나 검찰에 소환되기 전 스스로 신변 정리를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청장 직을 끝내 고수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동료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자리를 물러난 상태서 검찰조사를 받는 것이 관행임에도 직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방편으로 비쳐지기도 하나 바람직스럽지 않은 처신으로 여겨진다.
 자칫 국세청이라는 조직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로 비쳐질 수도 있었다는 점을 감안 한다면 그의 처신은 주요 국가기관의 수장으로서 걸맞지 않는 것이다.
 조직의 수장이라면 누구나 조직을 보호하고 스스로 앞장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실망스럽다.
 전 청장은 개인 문제가 아닌 국세청 조직 전체의 불신문제로 번질 위기상황이어서 부득이 현직을 유지한 채 검찰조사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한 결백감과 자신감을 내포하고 있는 내용들이나 검찰이 소명한 범죄 혐의와는 너무나 동 떨어져 있다.
 영장을 통해 본 그의 수뢰혐의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올 1월에는 해외출장을 앞두고 국세청장 집무실에서 `해외출장을 잘 다녀오시라’는 인사와 함께 미화 1만 달러를 정 청장으로부터 받은 정황이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그리고 현 부산지방 국세청장을 통해 정 전 청장에게 상납진술을 거부할 것을 요구한 정황도 밝혀졌다.
 전 청장은 영장이 집행 되기 전 `구속이 유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무죄와 관계 없이 그가 수뢰의혹을 받고 검찰에 소환되면서부터 이미 국세청의 체면과 자존심은 구겨질 대로 구겨진 셈이다.
 업무추진비 명목이라 하더라도 국세청에 상납관행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여준 이상 아직도 과거의 나쁜 관행을 버리지 못한 조직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개청 이후 최초의 치욕을 딛고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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