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지보(無價之寶)와 네모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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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지보(無價之寶)와 네모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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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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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br />
무가지보(無價之寶), 이는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귀한 가치다. 미술품 소장가 91세 손창근 옹(翁). 최근 국보 180호 ‘세한도(歲寒圖)’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세한도를 비롯해 자신이 평생 수집한 거물급의 엄청난 종류의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기증한 그는 국가의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대(代)를 이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조건 없이 국가와 국민의 품으로 기증한 것이다. 그의 참모습은 지금처럼 혼란하고 각박한 시대에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춥고 기나긴 겨울을 꿋꿋이 이겨낸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속의 ‘신념과 신의의 상징’인 절개(節槪) 소나무처럼. 그의 문화재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어쩌면 지금의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국민들에게 참으로 아름답고 따뜻한 희망과 위로가 아닐까 싶다.

간장 떡뽁이 장사 김정연 할머니. 5년 전에 99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한 평생 동안 무척 어렵게 모은 자신의 전 재산 1억여 원을 우리 사회에 기부했다. 서울의 경복궁역 근처 금천교 시장. 남의 가게 앞에 아주 조그마한 불판을 놓고 온종일 간장 떡볶이 장사를 하면서 평생 아끼며 모은 돈 전부이다.

“우리의 이웃 누군가 어려울 때에 누가 조금만 말 한마디라도 곱게 해주고, 주머니에 돈 없을 때 돈 한 푼이라도 주면 얼마나 고맙울까?” 떡뽁이 할머니가 생전에 밝힌 기부 이유의 전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처럼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종종 따뜻하게 해주는 분이 있기에 얼어붙은 가슴이 종종 따뜻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기부는 곧 우리사회의 등불이요, 지팡이와 신호등 같은 나눔과 배려의 힘이다.

최근 들어, 한국 사회의 기부와 모금은 매우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이러한 변화는 인구학적 측면에서 노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완전히 다른 사회적 특성을 지닌 새로운 세대, 즉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등장 그리고 전반적인 기술환경의 변화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 속에서 기부자들의 변화와 이들의 변화에 대응하는 기존의 모금조직의 모금활동 또한 다양하게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즉각적인 쌍방향의 의사소통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 각종 SNS의 활용뿐만 아니라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매체의 확산은 누구나 원하는 방식으로 쉽게 자신의 의견이나 취향 등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그 결과 기존의 매체를 활용해 일방적으로 의사소통이나 정보전달을 하는 기존사회체계의 권위와 신뢰는 하락하기도 하였다. 기존 사회체계의 권위에 대한 도전과 새로운 세대별 소비행태의 차별화는 블록체인이나 핀테크뿐만 아니라 온라인 모금플랫폼과 SNS의 적극적 활용 등 기술환경의 변화와 결합되면서 더욱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변화가 전 연령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기부, 나눔, 모금, 후원, 사회공헌을 둘러싼 이슈들도 변화하고 있다.

2020년 세법개정안이 시행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2018년 10월 발표되어 추진되고 있는 정부부처 합동 ‘기부투명성 제고 및 활성화 방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각 부처에서 투명성 강화를 제각각 추진하며 규제의 중복이나 행정의 낭비가 예상되는 지점이 발견되고 있다. 반면 기존 규제와 행정의 불합리한 부분을 수정하는 노력은 매우 부족하다. 투명성을 통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면서도 민간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 다음 사항들에 관심이 요구된다.

첫째, 지나친 규제를 경계해야 한다. 외부감사기준은 영리법인보다 지나치게 높아지는 반면 관련하여 사용할 수 있는 행정비 규정은 풀리지 않고 있다. 설사 규정이

풀린다고 해도 민간 기부금을 천만원씩 회계법인 감사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둘째, 규제의 중복을 경계해야 한다. 2020년부터 모든 공익법인이 의무공시 대상이 되고, 지정기부금단체가 국세청에 정보를 공개하게 되어 있다.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법은 ‘기부자 알권리 강화’라는 명목으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미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주무부처에 보고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내역을 기부자가 요청하는 즉시 발급해주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1천만원 이하 벌금, 1년 이하 징역과 함께 지정기부금자격 상실이라는 엄벌이 부과된다.

셋째, 규제와 행정의 불합리성을 개선해야 한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과 노력을 과도하게 요구하면서 정작 정부의 규제와 행정의 불합리성 수정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수년간 기부금품법에서 ‘인건비는 모집비용’으로 본다는 불합리한 해석규정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행안부 지방보조금 관리기준 또한 목적 사업 수행 인건비까지 운영비로 해석하여 보조금 사용의 건전성을 해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침이나 규정의 불합리성이 개선되고, 법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불성실 기관을 적발하는 행정관행이 정착될 때, 건강한 기부문화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김영국 계명대 벤처창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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