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칠 때 떠나는` 김용갑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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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는` 김용갑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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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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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경남 밀양·창녕)이 제18대 국회의원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17대 국회의원을 끝으로 정계를 은퇴한다는 것이다. “박수칠 때 떠나련다” “보수원조 김용갑 소임 마치고 정치무대에서 사라지겠다”가 그의 고별사다.
 김 의원은 1936년생, 만 72세다. 육사(17기)를 졸업했다. 안기부 기조실장,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총무처 장관을 지냈고 15대에 국회에 들어온 3선의원이다. 육사 출신다운 강골이다. 국내 좌파들로부터 `공적 1호’로 찍혔을 정도로 보수-우익을 자임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몰두해 북한에 퍼주기를 일삼는 김대중 정권을 “북한 노동당 2중대”라고 몰아세운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 의원은 `3선 명예제대를 신고합니다’란 보도 자료를 통해 “4년 전 제 자신에게 약속한대로 17대 국회의원을 마지막으로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지난날 정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그렇게 아름답게 가슴에 와 닿을 수가 없었다. 이제 박수칠 때 떠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의 의정활동은 그야말로 좌파, 친북과의 대결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에서 누구라도 그의 앞에 서면 움츠러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북한을 `내재적’으로 접근하고 이해하려 한 참여정부의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주 타깃이었다. 2006년 10월10일 북한이 핵무기 실험을 강행한 직후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장. 김 의원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종석 장관이 달랑 두 장짜리 보고서를 들고 나타났고, 구렁이 담 넘어가 듯 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로 “송구스럽다”라는 말로 북핵 실험 사태를 정리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호 통재라!”를 외친 김 의원은 “평소 그렇게 북한에 대해 잘 안다고 하더니만, 그리고 내재적 접근이니, 포괄적 접근이니, 평화번영정책이니, 민족공조니, 이따위 해박한 지식으로 마치 아무걱정 없이 남북관계가 유지되는 듯하더니만, 그 결과가 이것이냐? 나 같으면 국민들 볼 면목이 없어 한강물에 빠지겠다”고 몰아 세웠다. 이 장관이 진땀을 흘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김 의원은 “10년 좌파정권을 타도하고 이명박 정부가 탄생해 안심하고 정계를 은퇴하게 돼 다행”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오랜 전투를 끝낸 노병(老兵)이 진지를 사수하고 후배에게 총을 넘겨주는 모습이다. 참 아름답다.
 한나라당은 지금 18대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시끄럽다. 이명박 당선자측은 공천을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이후로 늦추자는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빨리 하자”는 것이다. 갈등의 이면에는 당선자 의중을 공천에 반영하겠다는 당선자측 의지와, 계파 의원들의 공천탈락을 막아야한다는 박 전 대표의 이해가 걸려 있다. 특히 이 당선자 주변에선 민정계 출신과 영남권, 다선의원들을 대상으로 대폭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상당수는 친 박 전 대표다. `3월 공천’을 `박근혜 죽이기’로 간주하는 이유다.
 한나라당에는 새로운 바람이 절실하다. 10년 만에 집권했다지만 한나라당이 잘해서라기보다 노무현 정권과 386들의 자멸로 집권했다고 보는 게 옳다. 국민들 눈에 한나라당은 여전히 `차떼기당’ `웰빙당’이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김용갑 의원의 용퇴가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나이가 많긴 하지만 3선이다. 지역구 사정도 좋다. 욕심내면 한 번쯤 금배지를 더 달 가능성도 있다. 그런 그가 욕심을 버렸다. 한나라당이, 그리고 공천갈등을 겪는 세력들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 3김도 갔지만  386들도 갔다. 새 시대정신은 `실용’이다. 한나라당이 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총선, 멀리는 5년 후 어떤 심판을 받을지 알 수 없다. 제2, 제3의 김용갑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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