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도시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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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도시락’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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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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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을 향상시키는 길-  
복거일
소설가



 학교 급식에서 많은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린 사고는 우리를 여러 사항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도록 만든다. 사고가 워낙 크기도 했지만, 식사를 제공한 기업이 그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업이라는 점과, 대응이 너무 어리석었다는 점이 겹쳐, 이번 사고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됐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큰 사고가 일어나면 그 사실을 되도록 빨리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훈은 이제 널리 알려졌으므로, 이름난 기업이 그 교훈을 무시했다는 것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만일 식중독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감추려 하지 않고 이내 알리고 대책을 찾았더라면, 이번 사고의 규모는 훨씬 작았을 터이고 기업과사회의 손실도 당연히 줄어들었을 터이다.
 아무리 완벽한 체계라도 사고는 일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이 눈여겨보는 것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있는 당국이나 기업이 보이는 행태다. 그래서 결점이 있는 제품을 이내 회수하는 기업들은 수익에서나 평판에서나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는다.
 다른 편으로는 이런 사고에 대해서는 과도한 반응(overreaction)을 경계해야 한다. 식중독의 발생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가 불충분한 품질 관리에서 나왔음은 분명하다. 그런 문제는 외주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 형태에서 늘 나오는 종류에 속하고, 비록 어렵지만 만족스럽게 풀릴 수 있다.
 따라서 현행 학교 급식 체계에 문제가 있으니 다른 체계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은 분명히 과도한 반응이다. 학교 급식 체계는 지난 한 세대 동안 진화했다. 거기서 마지막으로 나온 것이 현행 위탁 급식이다. 학교 급식에 상당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므로, 그런 체계는 자연스럽다. 그것을 버리고 진화 과정에서 버려진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어리석다.
 이젠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당장 어려움에 부딪친 학교들에선 어머니들이 수고해야 하겠지만, 애초에 도시락에 의존하기가 어려워서 학교 급식이 나왔다는 사정도 있다. 도시락을 그리워하는 것은 `결점들이 잊혀진 추억 속의 과거로 후퇴’하는 의고주의(擬古主義)다. 도시락을 싸지 않게 된 어머니들이 내쉰 안도의 한숨이 아직 기억에 새롭다.
 학교 직영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대안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관련 입법도 준비중이다. 실제로 그것은 아직 많은 학교들에서 시행된다. 그러나 찬찬히 살피면, 그것이 위탁 급식의 원시적 형태임이 드러난다. 급식 산업은 분명히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분야이므로, 그것은 후퇴를 뜻한다. 학교는 급식의 전문지식도 없다. 사업으로 치자면 무지한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호들갑 떨어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급식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 급식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그런데 식중독 경로는 규명되지 않았다. 자격을 갖춘 급식업체만 사업에서 손을 떼고, 그 결과 학생들만 피해를 입게 되었다.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손해다.
 우리는 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를 강화하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최소한의 규제야 어쩔 수 없겠지만, 품질은 공급자들 사이의 경쟁으로 보장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크게 제약된 분야에서 기업들이 품질을 통해서 경쟁하도록 위탁 급식을 설계하는 일이다.
 기술의 발전이 끊임없이 급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사실이 있다. 현재의 급식 체계는 여러 기술들이 결합되어서 나왔다. 자연히, 기술의 발전은 급식 체계의 빠른 진화를 부를 것이다. 우리는 그런 진화가 방해받지 않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
 이 점과 관련하여, 학교 급식은 가사 노동의 외부 이전이라는 보다 너른 맥락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현대에서 가사 노동의 대부분은 밖으로 이전되었고, 아직 가족 안에 남은 가사 노동은 식사 준비뿐이다. 식사 준비도 근년에 빠르게 밖으로 이전되고 있으니, 외식산업의 번창과 `준비된 식사’의 보급에서 그 점이 실감된다. 지금 인류 사회들은 식사 준비에서 `과도기’에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여러 가지 실험들이 나오게 되고, 실험은 당연히 실패들을 포함한다. 우리는 이 점을 살펴서 사고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www.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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