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주식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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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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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들은 주식 직접 투자를 많이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한국금융학회지 3월에 실린 논문으로 이화여대 김세완 교수가 쓴 ‘인구구조와 직·간접 주식투자 간 관계 분석’입니다. 연령에 따라 주식 수요가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직접 혹은 간접 투자 중 어떤 형태를 선호하는 지에 대한 연구입니다.

일반적으로 노년이 될수록 주식의 비중이 낮아진다는 게 통념이지만 논문은 우리나라에서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주식 투자에 대한 선호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연령별로는 60~73세까지는 주식 투자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연령대는 금융자산이 많고 주택 구입을 위해 우선적으로 돈을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식 투자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투자 수익을 높여 자산을 불릴 필요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이들 노인층이 간접 투자가 아닌 직접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입니다. 간접 투자에 해당하는 주식 펀드 수요는 연령에 관계 없는데 반해 주식 종목을 직접 사는 직접 투자의 비중은 고연령층에서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페이스북에서 잠깐 읽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구체적으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부유하게 보이는 할머니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주식 종목 이야기를 하는데 ‘최근에 많이 떨어졌는데 3~4년 기다려보다가 안 되면 손자에게 주면 되지’라고 하더랍니다.

이 논문이 정확한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노인층의 주식 투자 비중이 증가하고 이들이 직접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는 것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근래에 우량 종목을 장기로 갖고 있으면 돈을 번다는 잘못된 신념(myth)이 생겨나서 우려 됩니다. 지금 우량한 종목이 10년, 20년 후에도 우량한 종목일지 누구도 모릅니다. 핀란드 기업인 노키아(Nokia)도 주가가 고점 대비 95퍼센트 이상 하락했습니다. 노후의 삶을 한 두 종목에 맡기면 정말 그 종목에 노후의 삶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노후의 주식 투자는 단순해야 합니다. 종목보다는 상장된 많은 종목이 포함된 종합지수를 사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코스피(KOSPI)나 코스닥(KOSDAQ)이고 미국은 S&P500이나 나스닥(NASDAQ)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투자가 이렇게 간단하고 쉬울 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좀 어렵고 힘들어야 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거죠. 이와 관련해서 재미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경에는 나아만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장군이었는데 나병 환자였습니다. 나아만은 나병을 치료하러 이스라엘의 유명한 선지자였던 엘리사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엘리사는 말과 병거를 거느리고 온 나아만 장군을 만나러 나오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통해 전달하기를 요단강에 가서 몸을 일곱 번 씻으라고 합니다. 나아만은 화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엘리사가 나와서 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온갖 치유 행위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요단강에 가서 몸을 씻으라니 납득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나아만은 이스라엘의 보잘것없는 요단강보다 자기 나라에 있는 큰 강에 가서 씻는게 차라리 나을 거라고 조롱합니다. 그런데, 같이 갔던 종이 이렇게 말합니다. ‘엘리사가 당신에게 더 어렵고 큰 일을 하라고 했으면 따랐을 텐데 이렇게 간단한 일을 하라 했으니 그냥 속는 셈 치고 해보십시오’라고. 나아만은 그 말을 듣고 요단강에 일곱 번 몸을 씻자 피부가 어린 아이의 살처럼 회복되었습니다.

투자시장에서도 많은 구루(guru)들을 찾아 가서 묻습니다. ‘나는 왜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지 못할까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라고. 구루들은 ‘종합주가지수를 사서 장기로 보유하면 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뱅가드의 창업자였던 존 보글이 그랬고, 투자시장의 현자 찰스 앨리스도, 그리고 투자를 통해 거부가 된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마치 나아만 장군이 뭔가 요란하고 거창한 제식을 해야 병이 나을 거라고 믿은 것처럼 주식 투자에서 특이한 지침을 주는 사람들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곤 합니다.

노후 자산관리를 하면서 과거와 달리 고령자들도 주식 시장에 발을 들여 놓고 있습니다. 투자를 복잡하게 생각지 말고 단순하게 보기를 바랍니다. 젊을 때는 잦은 매매도 할 수 있고 몇 가지 종목에 심혈을 기울여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집중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손실을 보더라도 회복할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는 쉽지 않습니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손실을 보면 회복할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단순하게 지수를 보유하는 게 좋습니다. 고래(古來)로부터 진실은 간단하며 이를 복잡하게 설명하는 것은 삿된 길이었습니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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