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공천 쓰나미’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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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천 쓰나미’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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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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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윤환/언론인
 
 통합민주당이 먼저 호남권 현역의원 15명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학살’을 단행했다. 그 속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업 의원과  정치적 아들이라는 박지원 씨도 포함됐다. 가히 `학살’이라 할만 하다. 김 전 대통령이 뭐라고 한마디  할만도 한데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 아마 할말이 있어도 할 수 없을 게다.
 이번엔 한나라당 차례다. 한술 더 떴다. 영남권 의원 25명을 축출했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박근혜 전 대표 측근 1인자 김무성 의원이 포함됐다. 수적으로 이명박 계가 더 많다. 박 전 대표가 “신의가 깨졌다”고 내뱉었지만 탈당같은 행동을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중앙당은 당연히 그 결과를 승인했다.
 이렇게 영호남이 변했다. 한마디로 구세력의 퇴출을 의미한다. 그건 김영삼-김대중 두 김 씨가 지배해온 영호남 과점체제를 파괴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3당 합당 이후 민정계-민주계가 형성해온 카르텔이 일거에 무너져 내린 것을 뜻한다. 이제야 비로소 양김(김영삼-김대중) 구도가 뿌리째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충청권의 정치 지도 또한 이미 또다른 3김의 한 사람인 김종필 씨를 지웠다. 마침내 3김의 종언이 현실화된 셈이다.
 한나라당 영남권 현역 의원 25명 퇴출은 전체의 43%에 해당된다. “피 비린내가 진동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박희태-권오을-권철현-안택수-이상배-임인배-정형근-김석준-김양수-김영덕-이성권-이재웅(이상 친 이명박 계), 이강두-김기춘-김무성-박종근-이해봉-이인기-엄호성-김재원-김태환-유기준(이상 친 박근혜 계), 강길부-김명주-최구식(이상 중립) 의원 등이다. 이명박 후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킨 박희태 의원은 젖혀놓더라도  권철현 의원은 이회창 씨가 출마를 선언하자 단식하며 출마 포기를 호소한 장본인이다. 정형근 의원은 `고급 정보’로 이명박 후보를 지켰다. 그러나 칼바람을 맞았다.
 박근혜 계의 김무성·김기춘·이강두 의원 등이 탈락했다지만 충격은 이명박 계보다 덜하다. 이강두·김기춘·이해봉·이인기 의원은 고령이고, 김태환 의원은 골프장에서 직원을 폭행한 전력도 있다. 아우성 칠 계제가 아닌 것이다. 특히 김무성 의원은 김영삼 직계다. 그의 시대가 지났음을 뜻한다.
 민주당도 호남 공천에 관한 한 박수 받을 만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의 목을 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마침내 호남도 DJ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작년 홍업 씨가 지역 시민단체들의 반대에도 신안-무안 보궐선거에 출마하고,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에 압력을 넣어 후보를 못 내게 했고, 부인 이희호 씨를 내려 보내 노골적 선거운동을 벌여 무리하게 당선시켰지만 채 1년도 안돼 영원히 정치판을 떠나야 할지 모르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충무공 전적지 답사’라는 명분으로 홍업 씨와 박지원 씨 등을 대동하고 고향을 순례했으나  공천 관문을 넘지 못했다. 아들 공천도 건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의 체면에도 금가는 봉변을 당한 격이다.
 여야의 국회의원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한나라당은 서울 강남(강남-서초-송파-강동구) 공천이 화제다. 김덕룡 의원(5선)의 탈락 여부도 관심이고, 박 전 대표 측근 이혜훈 의원에게도 초점이 모아진다. 그러나 망설일 게 없다. 영남처럼만 하면 된다. 그러면 한나라당이 과반을 얻는 일이 어렵지 않을지 모른다.
 민주당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문희상  신기남  김근태  한명숙 천정배 의원 같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 핵심들을 이미 공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다시 열린우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한 인물을 공천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설도 나돈다. 이런 식이면 한나라당을 견제할 의석을 확보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호남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박상천 공동대표도 문제다. 민주당이 적어도 수도권에서 한판 승부를 겨루려면 386들을 대거 솎아내고 신인들을 공천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호남 공천혁명만으로는 아직 2% 부족하다.  여야 모두 마지막 분발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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