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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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과 도쿠가와 이에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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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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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의 전국(戰國)시대를 통일하고 도쿠가와 막부 시대를 연 인물이다.

유명한 일화가 있다. 30세 때 이웃의 최강대국 다케다 신겐과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여 부하를 다 잃고 말을 타고 도망을 가는데, 적군의 추격이 얼마 거셌던지 도쿠가와는 똥을 싼 채 성으로 도망갔다. 겨우 성으로 돌아와 목숨을 건진 도쿠가와는 바지도 갈아 입지 않고 그대로 앉아서 자신의 모습을 화가에게 그리라고 했다.

얼이 빠진 듯한 모습의 자화상을 도쿠가와는 평생 걸어 놓고 조심하며 살았다고 한다.

이런 그가 일본 천하를 통일 했다.

당시에 오다 노부나가, 다케다 신겐, 토요토미 히데요시 같은 쟁쟁한 인물들이 있었는데, ‘너구리’ 이미지를 가진 도카가와가 최후 승자가 된 것이다.

그 비결은 무얼까? 장수(長壽)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쟁자들의 수명 차이가 일본 역사를 만든 셈이다.

다케다 신겐은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모두 이긴 군신이다. 그런데, 다케다 신겐은 52세에 갑자기 병으로 사망한다. 그가 계속 건강했으면 오다 노부나가가 전국시대를 평정하기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국시대를 평정한 오다 노부나가도 48세에 죽는다. 평소에 ‘어차피 50년인 인생, 20세에 죽으나 50세에 죽으나 뭔 차이가 있냐’며 전쟁터를 겁도 없이 누빈 그는, 입이 방정이라고 부하의 손에 비명횡사한다. 오다 노부나가는 암살 당할 때 큰 아들도 같이 죽다 보니 후사가 없었다.

오다 노부나가를 뒤 이은 사람이 토요토미 히데요시다. 히데요시 역시 조선을 침략한 정유재란 중에 61세로 죽는다. 그는 늦게까지 아들이 없어 조카를 후계자로 삼았지만 56세에 아들을 얻자 조카에게 누명을 씌워 할복하게 했다.

어린 아들을 후계자로 삼으려 조카까지 죽게 했지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을 때 아들은 불과 5세였다. 이 틈을 타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토요토미 가문을 무너뜨리고 천하를 통일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히데요시가 죽고 나서도 18년을 더 살고 73세에 사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시간과 공간을 바꾸어 21세기 미국에 살고 있는 사람을 한 번 보자. 그 주인공은 워렌 버핏이다.

워렌 버핏은 2022년에 자산이 1160억달러(150조원)로 세계 부자 순위 5위다.

버핏은 기업가라기보다 돈을 많이 벌 기업에 투자를 한다. 작년말 기준으로 애플이 포트폴리오의 38.9%를 차지하고 코카콜라도 8.5% 보유하고 있다. 버핏이 거부가 된 것은 투자를 잘했기 때문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의외의 요인이 있다. 바로 장수(長壽)다.

현재 버핏 자산의 95%가 60세 이후에 이루어졌다. 지금 92세이니 60세 이후에도 30년이상 자산이 불어난 셈이다. 연 20%의 투자수익률이면 30년 후에 자산이 무려 237배가 된다.

만일 버핏이 60세에 사망했더라면 투자수익률이 아무리 높았다고 해도 세계 거부의 반열에 끼지 못했을 것이다. 한술 더 떠, 그의 평생의 동료이자 부회장인 찰리 멍거는 99세다. 멍거는 올해도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 주주 총회에 버핏과 함께 참석했다. 장수가 이 둘의 재산을 크게 불려준 셈이다.

최근 롤랑 가로스(프랑스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노박 조코비치가 우승했다. 36세 20일에 우승하면서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자리를 차지했다. 4대 메이저 대회 23승으로 최다 우승 기록도 세웠다.

프랑스 오픈 우승 이전까지는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과 함께 22승으로 공동 1위였지만 이번 우승으로 단독 최다승 자리를 차지했다. 이번 우승의 가장 고비가 준결승에서 세계 1위인 알카라스와의 경기였는데, 알카라스의 경기 중 부상으로 인해 조코비치가 손쉽게 이겼다.

원래 프랑스 오픈은 나달의 안마당이었다. 2005~2022년 사이에 나달은 무려 14번 우승, 조코비치가 2번 우승했다. 어떻게 보면,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 우승하게 된 것은 나달이 부상으로 대회에 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코비치보다 한 살 많은 나달은 부상으로 내년에 은퇴할 예정인 반면 조코비치는 계속 선수로 뛸 것이다. 당장 7월에 열리는 윔블던 테니스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조코비치의 메이저 우승 기록이 깨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코비치의 총 전적을 보면 놀랍다. 2003년 16세에 프로로 전향했고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치룬 경기가 1,407번이다. 이 중 단식에서 1,058승을 복식에서 62승을 차지했다.

워렌 버핏과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오래 건강하게 살다 보니 역사를 만들었다. 나이 들어서도 큰 부상 없이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조코비치도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건강한 장수(長壽)는 이처럼 큰 일을 이루게 한다.

미국의 그랜마 모제스(1860~1961)는 70대 중반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서 1600점에 이르는 작품을 남겼다. 101세 사망하기 전까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수와 건강이 이런 업적을 가능케 했다. 모제스 할머니 시절에 101세를 건강하게 산다는 건 아주 특이한 일이었지만 앞으로는 보통의 일이 된다.

인생 후반에 무언가를 이루려면 우선 건강과 장수부터 챙겨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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