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맹선
나는 나를 비워 그릇이 된다
참새떼처럼 오가는 공사판 인부들의
허기진 하소연 듣고 비우는 귀로 살아왔다
쓴소리, 굽은 소리, 푸념 소리 모두 받아 흘려보낸 시간
손들이 쓰린 속을 달래주는 한 끼의 위안이고 싶다
바닥을 보이는 빈 그릇으로만
허기진 속을 달려주는 위로이고 싶다
피곤과 시름의 시간을 달려주는 둥근 신앙이고 싶다
청국장 냄새 배인 빈 그릇으로 나는 씻기고 닦인다
삼십 년 땀 냄새가 이제는 허름해져 간다
나는 나를 온전히 내어주고
빈 그릇으로 충만해진다
술김에 누군가는 나를 비움의 성자라 부르지만
나는 한 끼의 거지
누군가의 아린 속을 풀어주기 위해
바닥까지 국물을 퍼주고 아무것도 없는 거지
아무것도 없는 충만한 성자
2015 『신문예』 오늘문학상
2017 방송대학교 수용미학문학상
2019 안정복문학상
2022 등대문학상
2024 뉴스N제주 신춘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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