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윤 환/언론인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 속에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즐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홍문종 도지부위원장과 간부들이 시원한 골프복 차림으로 푸른 잔디위에서 라운딩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찍혔다. 그런데 골프장이 위치한 강원도 정선은 폭우피해가 우심한 지역이다. 사람이 실종되고 삶의 터전이 휩쓸려 내려간 처참한 모습이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한나라당은 홍 위원장을 사퇴시켰다. 대국민 사과도 발표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식지 않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고, 50% 안팎의 높은 지지를 보낸 국민들은 배신감에 몸을 떨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말 룞싸가지 없는 당룞으로 변해가는가?
얼마전 선진화국민회의(사무총장 서경석 목사) 세미나에서 한나라당에 대해 쓴소리가 쏟아졌다. 홍수 속 골프 파문이 일기도 전이다. “재창당 수준의 혁신 없는 한나라당 집권은 불행한 사태”라는 얘기다. 서울대 이명현 철학과 교수는 “5·31 지방선거결과는 `철지난 진보’가 내 놓은 국가운영 처방과 결과에 대한 절망에 가까운 거부의 표현”이라며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진보 정치세력 몰락과 한나라당 압승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선거 결과를) 한나라당 정치적 행태에 대한 전적인 신뢰로 인식한다면 너무나 표피적 수준의 인식”이라며 “만일 한나라당이 이같은 인식의 가정 위에서 정치적 대응을 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이 겪어야 할 엄청난 시련과 불행스러운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 교수는 “노무현 정권은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 걸었음에도 분열을 조장해 민심을 잃었다”고 상기시키면서 “지금의 여론을 `떼어논 당상’이나 `볼모잡힌 민심’으로 여기고 과거와 같은 장면이 연출되면 민심은 미련 없이 떠나 버릴 수 있다”며 경종을 울렸다. 이회창 처럼 `대세론’에 안주하면 내년 대선에서 다시 울음을 삼켜야 할지 모른다는 경고다.
한국정보통신대 이각범 교수도 5·31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이 무사안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자기 혁신을 요구했다. 이 교수는 “이번 선거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표출된 결과이지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와 기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5·31 선거의 최대 수혜자가 되기에 한나라당은 정작 한 일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교수는 한나라당 대표경선이 대권주자간 대리전 양상으로전개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대표 경선이야말로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자기 쇄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인데 반성과 참회보다는 대선 후보 선출의 전초전 양상만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세미나의 대미를 장식한 한양대 나성린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나라당은 정책정당화에 실패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나 교수는 “한나라당은 국회 정책결정 과정에서 확고한 이념과 비전에 입각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시류에 편승한 포퓰리즘적 행태를 취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증거로 ▲국론분열적이고 시장원리에 어긋난 여당의 개혁입법(과거사법, 수도이전, 신문법)에 대한 수동적 지원 ▲사학법에 대한 확실한 대안 부재 ▲8ㆍ31 부동산 대책의 반시장적 독소 조항에 대한 대안 미흡 ▲복수노조, 산별노조 국회 통과 방조 등을꼽았다.
각계 전문가들이 지적한 한나라당의 문제점은 이번 골프소동으로 여실히 드러났다. 웰빙정당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게 각인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집권세력을 대체할 대안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나라당은 대안이라 할수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상태다. 5공 회귀정당, 수해 속 골프나 치는 정당이어서는 내년 대선에서 또다시 분루를 삼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지 않는 한 선거막판`깜짝 정치쇼’에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건 한나라당만의 비극이 아니다. 친북좌파들의 15년 집권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어떻게 왜곡할지 모른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반성할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5공출신들의 지도부와, 홍수 속에 골프를 치는 비리사학의 후계자가 자리를 지키는 한 희망을 갖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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