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는 최근 조국혁신당의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불참, 정연욱도 내란 공범이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허용했다. 하지만 ‘그래도 이재명은 안됩니다’라는 현수막에 대해서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여당 내에서 불만이 폭발했다. 공정과 중립을 지켜야 할 선관위가 야당의 여당 인사 비판 현수막은 허용하고, 여당의 야당 인사 비판은 불허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선관위가 내놓은 해명이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비난은 후보 비방이라서 불법선거운동이고, 국회의원 선거는 한 참 남아있어 현수막에 비판 문구를 적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어처구니없는 설명이다. 차기 대통령선거는 2027년 3월이기 때문에 아직 2년 이상 남아 있고, 국회의원 선거는 3년 이상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모두 먼 시간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정당 현수막의 경우 선거가 없는 평상시에는 정당법 37조와 옥외광고물법에 따른다고 한다. 선관위는 평상시에는 정당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내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120일전부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이름, 사진 등 특정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면 안 된다.
따라서 선관위의 애초 해명은 헌법기관으로서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행정 실수라고 보기 힘든 이유다.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이처럼 논란을 일으킬만한 위험천만 발상을 하니, 부정선거 논란 불씨가 꺼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선관위는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현수막 게시를 막았다가 입장을 번복했다.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선관위는 완장을 찬 조직이 아니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공정한 관리를 하는 게 업무이다. 그러나 선관위의 모습을 보면 일부 유권해석 등을 하면서 스스로 판사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 더구나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기속력이 없다. 따라서 선관위가 잘못 해석하면 그 피해는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고스란히 받게 된다.
선관위 불법 채용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대선이나 총선, 동시 지방선거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선관위 직원들이 무더기 병가나 출산휴가 등을 내고 있다. 선거로 일거리가 많을 때 일을 하지 않겠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의 전형을 보인 것이다. 선거 때문에 존재하는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 때 도망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한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심판위원회가 아니다. 이제라도 공정과 중립 기치 아래 선관위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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