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권자에겐 언제나 마(魔)가 따른다. 자신의 양심을 매수하려는 금품비리의 유혹이 붙는가 하면 주변의 괄시 못할 청탁도 없을 수 없는 게 사람 사는 세상이다. 돈의 유혹이야 수장 자신의 엄격한 자기통어(統御)로 억제할 수 있겠지만, 영향력 가진 타의 청탁이나 압력은 자칫 아름다운 의지를 허물어뜨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인사권은 권한 아닌 고통일 수도 있다.
군 진급 심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상희 국방장관이 진급을 위해 외부에 줄 대는 것은 군을 해치는 행위라며 최근 발본색원을 천명했다. 군 내부 전산망에 올린 `국방부장관 메시지1호’다. 대령으로의 진급자는 내달 2일, 준장으로의 진급자는 24일에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심사 기간을 맞아 청탁이 장관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짐작할 만하다. 결국 장관에게 청탁하는 자는 가만 안두겠다는 경고인 셈이다.
대령과 준장 진급은 대통령이 인사권자다. 하지만 국방장관 제청권이 사실상의 인사권인 것은 다 아는 일이다. 대통령에게는 접근키 어려운지라 장관을 쑤시는 자들이 많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장관의 청탁 엄벌 천명은 청탁하는 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어법으로 들린다. 누구를 통한 청탁이든 단호히 거절하고, 원칙대로 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인사청탁 발본색원은 엄포가 아닌 장관 자신의 준엄한 의지로 이룰 수밖에 없다.
정재모/언론인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