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봄 개그맨 박명수가 MBC FM 오후 10시대에 `펀펀라디오’의 DJ로 발탁됐다. 이는 고정관념을 깬 파격적인 기용으로 받아들여지며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박명수는 `두시의 데이트’로 무대를 옮겨 DJ로 활약 중이고 개그맨들은 `자연스럽게’주요 라디오 프로그램을 주름잡고 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유행하면서 TV 무대에서는 `예능인’ 가수나 배우의 활약에 개그맨들의 설 자리고 좁아지고 있지만 라디오는 상황이 다르다. 전통적인 인기 DJ와는 거리간 먼 개그맨들이 막강한 `입심’을 무기로 DJ로 활약 중이다.
◇`라디오 스타’로 맹활약하는 개그맨들
KBS 2라디오는 최근 개편에서 새로운 개그맨 DJ들이 투입됐다. 낮 12시에는 윤정수가 합류해 이윤석과 `오징어’를 진행 중이고, 오후 4시에는 서세원이 DJ로 내정됐으나 개인 사정을 이유로 출연을 번복하면서 박준형이 새 DJ로 발탁됐다.
KBS 2FM에서는 오후 2시대에 윤도현의 후임 DJ로 서경석이 발탁돼 다른 방송사의 컬투, 박명수와 개그맨 DJ간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경석은 DJ를 맡으며 “라디오 전체를 통틀어 청취율 상위인 프로그램과 경쟁하게 돼 부담이 크다”며 “컬투와 박명수 씨를 게스트로 초대해 재미있게 방송을 만드는 법을 물어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SBS도 가을 개편에서 MC 몽의 후임으로 송은이와 신봉선에게 DJ를 맡겼다. 기존 프로그램에서도 개그맨들이 맹활약 중이다. 박수홍, 배칠수, 전영미, 이경실, 이봉원, 박미선, 강석, 김혜영, 지상렬, 김미화, 최양락, 김신영, 김효진 등 개그맨 출신 DJ들이 주름잡고 있다.
DJ와 함께 요일별 코너를 진행하는 고정 출연자 중에서도 개그맨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SBS '김창렬의 올드스쿨', MBC '강인 태연의 친한친구' 등 무려 11개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출연 중인 황현희는 "출연료가 많고 적음을 떠나서 내 능력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입을 풀고 있다"며 "라디오는 좋은 훈련 공간인 동시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라디오만의 재미와 편안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라디오에서 개그맨이 돋보이는 이유
이처럼 개그맨들이 라디오에서 활약을 펼치는 것은 달라진 방송 환경과도 관계가 있다.
KBS '박준형의 네시엔'의 강희창 PD는 "사연과 콩트 등이 중요한 라디오에서 연기와 성대모사 등에 뛰어난 개그맨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가수는 인기가 있어도 연기력이 떨어질 수 있고 탤런트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있는데 개그맨들은 다재다능해 DJ로 적역"이라고 말했다.
최근 얼어붙은 방송계의 현실도 개그맨이 라디오로 몰리는 이유가 된다. 특급 MC 일부를 제외하면 개그맨의 출연료가 제작비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형성돼 있다. 또 공개코미디를 제외하면 TV에서 개그맨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가 좁아지고 있고 개그맨들이 MC로 진출할 수 있는 디딤돌로 라디오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스케줄 면에서도 공연이나 촬영으로 공백이 생기는 가수나 연기자와 달리 개그맨들은 장기간 자리를 비우지 않아도 된다.
라디오 청취 패턴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늦은 밤이 라디오 청취의 주요 시간으로 여겨졌던 과거와 달리 이동하는 차량 혹은 근무 시간 등 낮시간의 라디오 이용 빈도가 높아지면서 개그맨들이 주목받는 것.
강 PD는 "직장인들의 근무 시간인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라디오 청취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데 서정적인 분위기가 필요한 심야 시간과 달리 분위기를 띄우는 활기찬 진행을 위해서는 더 개그맨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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