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애자’가을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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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애자’가을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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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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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땅에 사는 딸들에게 있어 모녀 관계는 특별하다. 엄마와 딸은 마치 친구관계와 같다. 이번주 개봉영화 `애자’와 지난 5월 선보인 바 있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는 `모녀 영화’라는 맥을 같이한다. 영화 속의 철없는 딸과 티격태격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자신들의 엄마를 떠올리게 될 듯하다.
 
 
 
사고뭉치 딸과 암에 걸린 억척엄마,
그들에게 남겨진 마지막 화해의 시간

 
 고등학교 시절 `글발’ 좀 날렸던 스물아홉 살 애자(최강희)는 무명의 소설가다.
 `한 성격’ 하는 탓에 거리의 불량소녀들을 손 봐주다 경찰서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자, 평소 `웬수’처럼 지내는 엄마 영희(김영애)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취직도 안 하고 시집도 안 가고 사고만 치는 애물단지 딸을 처치하는 것이 영희의 남은 인생의 목표다.
 영화 `애자’는 사고뭉치 애자가 암이 재발해 고통스러운 투병 생활을 해야 하는 엄마와 보내는 화해의 시간을 담은 영화다.
 `애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모녀 관계는 영희가 삶의 마지막을 힘겹게 보내는 시간이 돼서야 서로에게 솔직해진다.
 고통을 견디려고 모르핀 주사를 직접 찔러야 하는 엄마와 그 모습을 힘들게 지켜보는 딸, 함께 떠나는 여행, 독수리 타법으로 하는 딸과의 메신저 대화, 마주 앉아 소주 마시기처럼 새로울 건 없지만 가슴 아프지 않을 수도 없는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30대의 최강희가 교복에 체육복 바지를 겹쳐 입고 머리에 핀을 꽂은 여고생을 보여주는 것은 여전히 어색하지 않고, 담배와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친 청춘의 모습도 그런대로 잘 어울린다. 실제로 퉁퉁 부은 눈도 진심을 전한다.
 3년 만에 카메라 앞에선 김영애는 딸의 목덜미를 잡아채 질질 끌고 다니는 억척엄마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가슴 아픈 이별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언제나 그렇듯 `있을 때 잘하자’다. 배우들이 목청을 높일 때는 부산 사투리 대사를 알아듣기 어렵고, 러닝타임 110분이 조금은 길게 느껴진다.
 정기훈 감독이 2008년 부산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으로 직접 연출한 데뷔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추천비디오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잠든 마음 깨우면 마음의 키`한 뼘 더’
 
 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는 열여덟 살 소녀와 마흔 살 어른의 성장담이다.
 기면증을 앓는 여고생 원우(김예리)는 시험을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픽픽 쓰러져 잠 속으로 빠져든다. 남편 없이 원우를 키우는 엄마 연희(박지영)는 그런 딸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다.
 영화는 성인의 0.1%만이 앓는다는 기면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런 고통쯤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살아간다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화면에는 유난히 실내를 들이비추는 햇살이 많다. 교실 창가로, 낡은 양옥집으로, 쓰러져 누워 있던 양호실로, 연희의 작업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일상을 채운다.
 원우는 자전거를 사주지 않는 엄마에게 “과잉보호야”라는 말을 삐친 듯 내뱉지만, 엄마와 마주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실 정도로 자랐고, 두 사람은 불치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어느 날 쓰러진 원우 곁에서 휘파람을 불며 지켜주는 소년 준서(홍종현)와 엄마에게 다가온 사진가 청년 선재(김영재)로 인해 그들의 일상에 파도가 친다.
 파도가 지나간 뒤 한 뼘씩 자라는 성장은 사춘기 소녀 원우뿐 아니라 딸 걱정에 웃음을 잃어버렸던 연희에게도 거쳐 간다.
 담백하게 만들어진 영화에서 출연진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맑은 얼굴을 한 원우 역의 김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출신으로 2007년 단편 `기린과 아프리카’로 데뷔해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만 3편의 독립 영화에 출연했다.
 모델 출신으로 `쌍화점’에서 건룡위 중 한 명으로 출연했던 홍종현과 영화 `사랑니’와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남자로 분했던 김영재가 모녀에게 봄바람을 일으킨다.
 비가 샐 정도로 낡은 양옥집을 고집하며 불안한 모녀를 말없이 감싸 안는 연희의 친정 엄마 서 여사는 최지영 감독의 실제 어머니다.
 최 감독의 영화에 모두 출연해 벌써 세 번째 작품. “순간순간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어떤 배우가 하는 연기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는 최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간다.
 한예종 영화과 출신인 최 감독은 단편 `산책’과 `비밀과 거짓말’로 많은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장편 데뷔작인 이번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전체관람가.
 /남현정기자 nhj@hidomin.com
 


 
주말영화소식
 
애자, 국가대표 누르나
예매율 1위 올라… 관객 울릴 채비 나서

 

 최강희ㆍ김영애가 모녀로 주연한 `애자’가 `국가대표’의 아성을 누르고 예매율 1위에 올라섰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개봉한 `애자’는 27.2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맥스무비(30.94%), 인터파크(19.76%) 등 다른 영화예매 사이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4주 동안 정상을 지킨 `국가대표’(16.39%)는 한 계단 내려선 2위(이하 영진위 집계)다.
 이날 개봉하는 정진영ㆍ장근석 주연의 `이태원 살인사건’이 12.42%의 점유율로 3위에 진입했고, 2주 동안 예매율 2위를 지킨 인도 영화 `블랙’(8.44%)은 새로 개봉한 한국영화 두 편에 밀려 4위로 내려섰다.
 관객 1100만 명을 넘어선 `해운대’는 두 계단 내려앉은 5위, 샌드라 불럭이 주연한 로맨틱 코미디 `프로포즈’가 6위다.
 팀 버튼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9’과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마이 시스터즈 키퍼’가 새로 개봉하면서 7, 8위로 각각 진입했다.
 `바자패션 필름 페스티벌’과 프랑스 영화 `하이레인’이 뒤를 이었다.
 6회를 맞은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도 이날 개막한다.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페이스, 삼일로 창고극장 등에서 다양한 실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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