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서민의 삶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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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서민의 삶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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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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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 노익상씨`가난한 이의 살림집’ 출간
전국 돌며 10년에 걸쳐 엮어
 
 
  강원도 도계의 윤씨네는 아버지가 새로 깎아 만들어준 지게에 솥 하나 지고 나와 산골에 차린 외딴집이다. 분가야 여염집에서 흔한일이었으나 논마지기는커녕 소작권 하나 없이 솥 하나 떼어주며 내보낸 것은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헐벗은 가정의 막다른 선택이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노익상씨는 1994년 탁주 한 사발 앞에 두고 외딴집의 외로움을 눅여냈던 윤씨를 2007년 다시 찾아갔으나 그는 정부의 자연생태 복원 계획으로 땅을 잃고 이미 도회로 떠나고 없었다.
 노씨가 쓴 `가난한 이의 살림집’(청어람미디어 펴냄)은 가난했던 시절의 가난했던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1970∼1980년대 가난한 민가를 찾아 10여 년간 전국을 돌아다닌 저자는 이 집들과 그곳에서 살아가던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가 사진으로 찍고 글로 담은 이 집들에는 고단한 땀 냄새가 배어 있다. 어엿한 동네에 어엿한 집을 지을 만큼 여유가 없어 그늘진 곳에 몸을 겨우 누일 만한 집 한 칸을 짓고 살던 사람들의 아픔과 외로움, 생활의 어려움이 녹아 있다.
 길가에 바싹 붙여 지어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허름한 집을 말하는 `외주물집’은 전통적으로 벼농사를 중심으로 동족 마을로 발달한 한 동네에 섞이지 못한 뜨내기들이 마을로 들어서는 길가에 겨우 짓고 살던 집이었다.
 가족이 울타리 안에 자리 잡지 못하고 온 생활을 바깥에 드러내야 했던 외주물집 환경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폭력이었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흘끗거리는 시선’에 김 노인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살고 싶은 마음을 접었고, 그의 아이들은 겉돌다가 어른이 돼 집을 떠났으며 자녀 몇몇은 소식조차 끊겼다.
 저자의 발길이 산골에서 도시로 넘어가는 길목에는 `차부집’과 여인숙이 있다. 신작로의 발달과 공업화 정책으로 길가에서 잠깐 눈이라도 붙일 만한 값싼 잠자리가필요해져 생겨난 숙박 형태다.
 `차부집’은 신작로가 뚫리고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면서 차부(車部, 차량 집합소)에 지어진 곳으로 도시나 광산촌으로 떠나려는 이들이 서성대던 곳이었으며, 여인숙은 그런 이들이 도시 일용노동자가 돼 머물던 곳이었다.
 그때쯤 도시 산동네, 달동네의 외딴집들은 최소한의 자재 지원을 받고 판잣집 같은 `막살이집’ 형태로 집촌화했다. 군사정권이 가정을 `대오’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지키면서 불순분자를 감시하는 데 집촌이 효과적이었던 것.
 우리나라는 빈국에서 차츰 벗어났으나 서민들에게 집은 여전히 `무지개처럼 아득한’ 존재였다.
 정부는 도시화로 심각해진 주택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 급조하듯 뼈대만 대충 지은 부실한 시민아파트로 서민들을 재빨리 입주시켰다. 그나마 막살이집을 철거당한 빈민들은 시민아파트로 들어갈 처지도 되지 못했고, `딱지’라고 불리는 입주권을투기꾼이나 중산층에 팔아넘겨야 했다.
 가난한 이들의 머리 위에 불안한 지붕을 씌워 주던 이런 집들은 재개발과 신도시 건설로 하나 둘 사라져 21세기가 된 지금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그 빈자리에 대해 저자가 말하는 것은 “이제 우리는 잘살게 됐다”는 칭찬이 아니라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나?”라는 물음이다.
 저자는 맺는말에서 “뉴타운과 같은 대규모 개발사업에서 장기방이나 옥탑방을 나온 그이들이 과연 어느 곳에 어떤 주거 형태로 정착하는가를 살펴보는 일은, 다시 한번 나에게 운명처럼 중요한 일이 됐다”며 “앞으로 더 연구하고 찾아내야 할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절 `살길을 찾아’ 떠돌던 사람들이 살던 살림집을 넘겨다 보는 이 책은 그대로 하나의 민속박물관이다. 저자가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직접 찍은 사진 120여 장에는 배고픈 사람들과 그들을 맞이하는 비좁은 집들, 그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선 집촌의 노곤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392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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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만 있어요” 특별한 합창 이야기
 
희망제작소`불만합창단’출간…영국서 출발 한국까지 건너온 활동기 담아
 
 
 “(여긴 북아현동) 참 높은 언덕들과 (더 좋게 말하면) 나무 없는 산이지 (집세는 오르고) 월급은 오르지 않아.”, “쇼윈도에는 44 마네킹, 내 몸매 닮은 마네킹 없네. 88사이즈는 어떡하라고.”
 평범한 사람들로 모인 합창단이 노래를 시작하는데, 노랫말이 불만투성이다. 청소년에게 너무 야박한 문자요금제도 불만이고, 비쩍 마른 몸매를 강요하는 멋진 옷들도 불만이다. 치솟는 물가도, 기다리는 시간이 긴 버스도, 불친절한 공무원도, 시집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맏며느리 처지도 불만이다.
 이런 불평들을 쏟아내는 것은 불만합창단이다. 김이혜연 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 연구원과 곽현지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원이 함께 쓴 `불만합창단’(희망제작소·시대의창 펴냄)은 영국에서 출발해 멀리 한국까지 건너온 불만합창단의 활동기다.
 불만합창단은 핀란드 출신 예술가 텔레르보와 올리버 코차 칼라이넨 부부가 영국 버밍엄 주민들과 함께 불만을 모으고 노래를 만들어 공연하면서 시작됐다.
 불만합창단은 핀란드 헬싱키, 독일 함부르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노르웨이 보도, 미국 시카고, 호주 멜버른, 헝가리 부다페스트,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 여러 도시로 퍼져 나갔으며 한국에서는 희망제작소 주도로 2008년 10월 여러 불만합창단이 한꺼번에 공연을 펼쳤다.
 저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모여 길거리에서 `게릴라식’으로 진행된 외국 공연과 달리 한국에서 페스티벌 형식으로 공연하게 된 점을 고민하기도 하고, 불만이 `정치적 불순함’을 연상한다는 점 때문에 기업 후원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이나 “불만을 쏟아내는 목적은 무엇이냐”라는 물음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가슴 벅찬 순간을 맞는다.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불편부터 사회적 편견에서 비롯한 억울함, 정치와 정부를 향한 불만까지 다양한 불만들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속에 꼭꼭 숨겨뒀던 서러움을 밖으로 끄집어내는 소통의 길이자 새로운 자신과 사회를 만드는 동력이다.
 저자들은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직된 사고와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뭔가 벌어지고 있다는 진중함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불만은 자유를 꿈꾼다”고 말했다.
 236쪽. 1만4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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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인간세상에 토를 달다

김남일 소설`천재토끼 차상문’ 출간…파란만장한 일대기 그려내

 
 개소주를 비롯한 각종 보양식을 파는 한 건강원앞에서 토끼의 모습을 한 인간, `토끼 영장류’ 한 명이 X자 마스크를 쓴 채 1인 시위를 벌인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과 더불어 인본주의를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정하건대, 걸을 때 제발 쿵쿵거리지 좀 마시라!”로 끝나는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는 이 토끼는 바로 IQ 200의 `천재토끼 차상문’이다.
 김남일(53) 씨의 신작 장편소설 `천재토끼 차상문’(문학동네 펴냄)은 이 범상치않은 주인공 차상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자못 장대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차상문은 1950년대 중후반 시골 여교사이던 어머니가 폭력적인 경찰 수사관에게 겁탈당한 결과로 태어난다.
 토끼답게 다리가 팔보다 훨씬 길고 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지만, 인간처럼 말하고 생각하며 누구보다 머리가 좋다.
 겁 없고 폭력적인 인간 영장류인 동생 차상무와는 여러모로 대비됐던 그는 미국버클리대로 유학을 떠나 세계 각지에서 온 다른 토끼 영장류를 만나 사고의 지평을 넓혀간다.
 이후 그는 몇 번의 전환기를 맞으면서 인간들을 향해 여러 방식으로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땅이 놀라니 걸을 때 쿵쿵거리지 말라”거나 “시베리아의 우디헤어나알래스카의 에약어 같은 사라져가는 소수어를 지키자”라는 그의 주장은 전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웃과 주변, 그리고 장구한 세월 억조창생이 이끌어온 역사와 시간, 기억과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해야 한다. 시간적으로는, 당신들의 현재가 과거의 소중한 유산이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종자라는 걸 이해해야 한다. 공간적으로는, 당신들이 지구의 유일한 주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말 그대로 억조창생이 더불어 사는 공간인 것이다. 게다가 당신들은 생각만큼 영리하지도 않다.”(328쪽) 작가는 이 소설 속에 `쿠나바머’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상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실존 테러리스트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 일명 `유나바머’의 이야기에서 이 소설이 싹텄다고 말한다.
 가히 수학천재라고 불릴 만했던 그는 버클리대 최연소 종신 교수직을 마다하고 숲 속에서 은둔하다 산업 문명을 상대로 한 테러를 일삼게 된다. 작가는 이 잔혹한 테러리스트에게 소심한 토끼의 옷을 입혀 그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우스꽝스러운 것으로 만들면서 동시에 유나바머가 품었던 뜻을 더욱 신랄하게 전한다.
 작가가 솜씨 좋은 입담으로 전하는 차상문의 인생 역정을 듣다 보면 “인간이 과연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가”, “인류 문명은 과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가”하는 질문이 결코 우문(愚問)이 아닌 것처럼 들린다.
 368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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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YWCA 창립 30주년 기념 화보집 발간
 
 포항을 대표하는 시민, 사회단체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 온 포항YWCA(회장 공귀분)가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26일 오전 11시 YWCA강당(남구 대도동)에서 `포항YWCA 30년’ 화보집<사진>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이번에 발간된 화보집은 전체 151쪽 분량으로 소비자상담실 개소, 고령자인재은행 개설, 일하는 여성의 집 개원, 가정폭력상담소·가정폭력 보호시설 소망의 집 개설, 합창단 창단 등 포항YWCA 역사를 정리했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신간

 ▲로마 서브 로사 =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미국 작가가 고대 로마를 배경으로 쓴 역사추리소설 시리즈. 1권 `로마인의 피’와 2권 `네메시스의 팔’이 나란히 출간됐다.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는 1991년 1권이 출간된 이후 2008년 10권 `카이사르의개선식’까지 18년간 이어진 시리즈로 전세계 20개국에 번역돼 독자들을 만났다.
 키케로, 술라, 카이사르, 크라수스 등 영웅들의 인간적인 모습과 함께 정교하게재현된 당시 로마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접할 수 있다.
 `로마인의 피’에서는 신출내기 변호사 키케로가 아버지 살해사건을 해결해 가는과정이 펼쳐지며 `네메시스의 팔’에서는 스파르타쿠스 반란 시기를 배경으로, 당대 최고의 부자인 크라수스의 별장을 운영하던 루키우스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친다.
 이어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정치 게임을 다룬 3권 `카틸리나의 수수께끼’가 3월 출간될 예정이다.
 추수밭. 576ㆍ448쪽. 1만3천원.
 
 ▲속죄 = 마나토 가나에 지음. 김미령 옮김. 데뷔작 `고백’으로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을 받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추리 작가의 두 번째 소설.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여자 초등학생 살해사건을 목격한 네 소녀의 비극을 그렸다.
 친구의 사체를 처음 발견한 네 소녀는 범인을 직접 봤음에도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
 범인이 잡히지 않은 채 3년이 흐르자 죽은 소녀의 엄마는 소녀들에게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범인을 찾아내거나 직접 속죄하지 않으면 복수하겠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한다.
 북홀릭. 304족. 1만1천원.

 ▲오늘은 서비스데이 =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꽃밥’으로 2005년 나오키상을 받기도 한 일본 작가의 판타지 소설집.
 하루 동안 세상의 왕처럼 굴 수 있는 `서비스데이’를 맞게 된 한 샐러리맨의 하루를 그린 표제작을 비롯해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다섯 편의 판타지 단편이 수록됐다.
 은행나무. 284쪽. 1만1천500원.
 
 ▲그림형제 독일 민담 = 이혜정 지음. 그림형제가 수집한 독일 민담을 분석한 민담 해설서.
 수년간 독일 민담과 설화를 연구해온 저자는 그림형제의 독일 민담 74가지를 소개하면서, 민담에 담긴 상징과 은유가 어떻게 수용돼 왔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신화와 전설의 세계에서 벗어난 인간이 존재의 불안과 공포, 고난을 극복해나가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민담 속에 있다고 말한다.
 뮤진트리. 580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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