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 단편소설 `정결한 집’
학생은 반년 넘게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산다. 그러다 별거하던 아버지의 방문으로 존속살해와 사체유기의 범행은 막을 내린다.
2011년 11월 시민의 입길에 오르내렸던 이 사건을 소설가 정찬은 단편 `정결한 집’으로 끌고 온다. 칼꽂이에 꽂힌 네 개의 칼을 내려다보는 소년에게서 시작된 이야기는 어머니를 살해한 뒤 범행이 적발되기 전의 시기에서 끝난다.
부응할 수 없는 자식에게 기대하고 모질게 손을 대는 어머니, 성적표를 조작하는 것으로 더 큰 체벌을 면하는 자식, 끝까지 자식에게 왜곡된 기대를 밀어붙이는 어머니, 잠든 어머니 앞에 흉기를 들고 선 자식의 얼굴을 갈팡질팡 따라갈 때 마주하는 것은 아무리 부모라도 타인이라면 끝내 이해할 수 없을 쓸쓸함이다.
소설 밖 실제 사건에서 학생은 재판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 서울고법 조경란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며 “피고인과 같은 사춘기 자녀를 둔 어미로서 피고인 부자의 죄책감과 고통을 가슴 깊이 공감하고 이해한다”며 울었다.
학생이 부딪힌 시간에 대해서는 학생 말고는 알 도리가 없다. 학생 자신도 어쩌면 매일매일의 감정과 혼란, 그리고 행위의 시비(是非)를 분별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학생을 전부 이해할 필요도, 그럴 수도 없지만 `어미를 죽여 천벌을 받을 놈’이라고 욕할 수만은 없는 시간의 갈피갈피를 작가가 소설로 열어 보인다. `정결한 집’ 말고도 해고 노동자의 굴뚝농성과 자살을 다룬 `흔들의자’와 용산참사 한복판에 직접 뛰어드는 `세이렌의 노래’ 등 총 8편의 단편이 수록됐다. 대체로 몇년 사이에 기사로 접한 사건들의 얼개에 공소장과 판결문 바깥으로 밀려났을 이야기들로 인생의 복잡한 얼굴을 추적한다.연합
문학과지성사. 275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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