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식코너’로‘을(乙)’뜯어먹은 롯데마트
  • 한동윤
‘시식코너’로‘을(乙)’뜯어먹은 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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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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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현대百 수퍼 갑(甲)질은‘땅콩회항’과 동격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있는 ‘시식 코너’는 제품을 사기 전 그 제품의 맛을 보고 질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서비스 구역이다. 시식할 수 있는 양은 많지 않지만 시식 코너에서 맛을 본 뒤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시식 코너의 시식 행사가 ‘을(乙)의 눈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생색은 대형 유통업체들이 내면서 관련 비용을 납품업체에게 떠넘긴 것이다. 죽어도 없어지지 않을 재벌들의 ‘수퍼 갑(甲)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1400여회에 걸쳐 판매촉진행사를 하면서 관련 비용 16억원 전액을 납품업체에 떠넘긴 롯데마트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3억89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대형유통업체의 시식행사 비용전가행위에 대해 직접 제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마트는 자사의 창고형 할인매장인 VIC 마켓 4곳에서 지난해 2월부터 올 4월까지 무려 1456회에 걸쳐 시식행사를 벌이면서 소요비용 16억500만원 전액을 149개 납품업체가 나눠서 부담하도록 강제했다. 롯데마트는 자기 점포 매출 활성화와 상품재고 부담해소 등 판매촉진을 위해 대행업체를 통해 시식행사를 실시하면서 사전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납품업체들에게 행사비용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롯데마트 말고도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은 또 다른 ‘갑질’로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가 납품업체들에게 다른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상품가격과 매출액, 마진 등 경영정보를 요구한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에 대해서도 각각 2억9000만원씩 과징금을 부과하고 재발방지를 명령한 것이다. 이마트는 2012년 2월부터 2년여간 48개 납품업체에게 경쟁마트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월별·연도별 매출액, 상품납품가격, 공급수량, 판매촉진행사 계획 등 경영정보를 요구한 혐의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월 가산 아울렛 오픈을 앞두고 130여개 납품업체에 대해 롯데와 신세계 등 타사 아울렛의 마진율, 매출액 등 핵심 정보를 요구해 제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벌의 ‘수퍼 갑질’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정점을 찍었다.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자식 교육을 잘못시킨 죄”라고 고개를 떨궜듯 재벌들의 싸가지 없는 ‘갑질’은 어렸을 때부터 가정교육을 잘못시킨 탓이 크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본사 1층 커피숍까지 운영하도록 눈감아준 사람은 다름 아닌 아버지 조 회장이기 때문이다. 가정교육을 잘못시키는 바람에 딸의 ‘땅콩 회항’을 몰고 왔고, 급기야 딸이 ‘구속(拘束)’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봐야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16일 지난 11일 대한항공 노조 홈페이지에 ‘너츠항공’이라는 아이디의 조원이 쓴 ‘조 부사장 남편 회사에 일감 떼어주기’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조 부사장 남편이 근무하는 병원에 직원건강검진 및 조종사 항공신체검사까지 일괄 위임하여 주주 회사인 대한항공의 막대한 금전을 지불하는 비윤리적인 짓은 그냥 보고 있어야 하나요?”라는 내용이다. 해당 병원은 인천에 있는 인하국제의료센터(IOC)다. 한진그룹 계열사가 투자한 곳으로 조 전 부사장 남편이 성형외과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그동안 김포공항 본사 내 항공 의료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아왔지만 올해 객실 승무원들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조종사들도 IOC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병원에 성형외과 의사로 재직중인 조현아 부사장 남편은 조 전 부사장과 함께 하와이로 날아가 아들 쌍둥이를 ‘원정출산’했다.
 재벌과 재벌 자식들의 탈선(脫線)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본질은 가정교육 부재에 있다. 고용 승계를 요구한 탱크로리 운전기사에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SK가의 최철원이 자랄 때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면 야구방망이를 휘둘렀을까? LG가, 두산가, 현대가 2~3세들이 주가조작을 저질렀을까? 다 못난 재벌 아비들 탓이다.
 사자는 배부르면 사냥을 멈춘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벌들의 식탐(食貪)은 끝이 없다. 이번에 드러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수퍼 갑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현대백화점의 ‘갑질’도 마찬가지다. SK가의 최철원처럼 ‘야구방망이’만 손에 들지 않았을 뿐 재벌들의 가슴 속에 비수(匕首)가 번득인다. 제발 경주 최씨 집안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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