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연말정산 2월 어려움 없도록 방법 강구해야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소득공제 방식의 문제점을 바로잡고자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꿨는데, 이런 변화를 국민께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정책을 바꾸고 도입할 때는 다양한 각도에서 치밀하게 분석해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13월의 세금폭탄’ 시비를 촉발한 데 대한 사실상의 사과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13월의 세금폭탄’이라는 비난이 억울할 수 있다. 정부 여당에 큰 책임이 있지만 국회에서 ‘세금폭탄’에 동의한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 또한 만만찮기 때문이다. 입만 열면 ‘복지(福祉) 확대’를 주장해온 야당이 복지를 위한 증세(增稅)를 ‘세금폭탄’이라고 비난하는 것이 위선(僞善)이기 때문이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이 “2013년 세법 개정 방향은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자기 당을 비난한 것은 옳은 지적이다.
현재 논란이 된 연말정산 방식은 2013년 세법 개정안 처리에 새정련이 협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린 반대했지만, 여당이 밀어붙여 어쩔 수 없었다’는 주장은 책임 회피다. 새정련 김성주 의원이 “복지국가로 가려면 유럽처럼 (중산층을 포함한) 보편적 증세를 해야 한다”며 “‘세금폭탄’이란 표현이 이성적 프레임이 아닌 것은 사실”이라고 반성한 것은 그나마 양심적이다. 반면 홍종학 의원은 “정부는 책임을 야당에도 전가하려 하지만, 2013년 12월 31일 당시 야당이 끊임없이 반대했음에도 정부와 여당이 다수로 밀어붙이는 일방적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잘되면 내탓, 잘못되면 네탓’의 전형이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의 잘못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세금’에 관한한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특히 2년 전인 2013년 8월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세법개정과 관련,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주장해 반발을 초래한 청와대가 이번에도 세법개정에 만만하게 접근했다가 큰코 다쳤기 때문이다. ‘거위 깃털론’은 “짐이 곧 국가”라고 외친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이던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세금 징수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조 수석이 가뜩이나 증세로 불만이 가득한 월급쟁이·영세상인 등을 졸지에 ‘의식 없는 거위’로 전락시키면서 그들의 분노에 기름을 쏟아부은 셈이다. 일류 대학에 외국 유학, 행정고시, 고위 관료로 깃털을 뽑혀도 아프지 않은 조원동 수석의 망언(妄言)이다. 그게 불과 1년반 전이다. 청와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0%로 주저앉은 데에는 ‘세금폭탄’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벌써 좌파 언론은 박 대통령의 ‘레임 덕’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쌤통”이라는 식이다. 박 대통령의 청와대나 좌파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불통’을 비난하는 여론이 비등하자 ‘특보(特補)’를 줄줄이 임명했다. 민정, 홍보, 사회문화, 정무에 이르기까지 무더기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에는 이미 관련 수석비서관들이 존재한다. 지지도가 추락하자 특보를 줄줄이 임명하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다. 청와대는 ‘오리 깃털’의 교훈만 항상 되새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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