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정한모의 ‘大川點描’가운데 한 대목이다. “한때나마 저마다의 굴레에서 벗어난 해방감을 바다라는 광활한 시야를 만나 갈매기의 날개가 된다. 즐겁기만한 동심이 된다. 다 같이 인습을 벗어던지듯 훨훨 옷을 벗고 공리와 실속과 완전 격리된 하나의 생활의식 아래 해변의 가족들은 하나로 뭉쳐 산다. 거꾸러지며 엎어지며 달려와 반겨 주는 바다의 영접을 받으면서 더 많은 직사광선과…” 이하 생략한다.
직업의 종류, 나이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누구나 바닷물에 몸을 담그면 위의 글에서 묘사한 대로 된다. 때문에 명망가들의 휴가 중 일탈은 가끔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잡혀 화제를 뿌리기도 한다. 지난주 휴가 중인 영국 캐머런 총리부부가 보디보딩을 즐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문제는 사진이 아니다. 휴양지 콘월비치에 정화되지 않은 하수가 방류됐다는 사실이다. 캐머런총리는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즐겁기만한 동심’이 됐을 터이니 민망하다. 보디보딩을 즐기다가 구정물을 조금이라도 먹었을 게다. 감염이나 안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남의 나라 얘기이니 그저 그런가 보다하고 건성 들을수도 있는 일이다. 만일 포항의 유명 해수욕장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여름 피서철이 가까워지면 으레 한두 번쯤은 해수욕장의 부끄러운 모습이 클로즈업된다. 오폐수 유입, 쓰레기, 교통혼잡, 바가지요금…. 그런데도 좀처럼 개선되는 기미가 없는 것 같다. ‘한철 장사’라서 그런가? 불편한 진실들이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