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마을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에 남아 있는 광경이 있다. 그믐 어름의 구름 안 낀 밤하늘이다. 뿌려놓은 보석이 머리 위로 연방 쏟아질 것처럼 맑고 찬란하던 그 별밭 풍경의 경이로움이란 경험해 보지 않은 이에게 필설로 설명할 재간은 없다. 일제히 피어난 안개꽃 꽃떨기처럼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을 원 없이 바라보던 그 호사, 이제 다시 누려보기도 쉽지 않다. 시골마을 구석구석까지 가로등이 훤하게 비추이는 이 시대, 밤낮없이 허공에 뿌연 매연이 황사처럼 떠도는 우리나라에선 말이다.
정히 보고 싶으면 맘먹고 날 잡아 영천의 보현산이나 소백산 같이 높은 산에라도 올라야 한다. 그러지 않고선 볼 수 없다 여겼던 그 기억 속의 깨끗한 밤하늘, 별빛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데가 지금도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고장 경북도 영양군 수비면 수하계곡 일원이 지난달 31일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됐단다. 왕피천생태경관보전지구를 포함하는 반딧불이생태공원 일대 약 120만 평이다. 아시아에선 처음이고 전 세계적으론 여섯 번째라고 한다.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이란 세계적 희귀지역으로 지정된 건 뿌듯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동시에 걱정도 솟는다. 별빛다운 별빛을 보려는 관광객이 늘어나면 그만큼 인공조명도 필연적으로 늘어날 거란 지레짐작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영양군은 새로운 관광지로서의 모멘텀을 잡았다며 ‘별빛관광’ 활성화의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밤하늘보호공원이 ‘밤하늘 파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역설의 가능성을 극히 경계해야 하리라 본다. 관광개발은 언제나 자연훼손을 부르더라는 이율배반을 보아온 우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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