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A man, a plan, a canal-Panama!’ 1914년 파나마운하가 10년 공사 끝에 완공됐을 때 공사를 했던 미국인들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물길이 트인 것에 열광했다. 3억8700만달러(현재 가치로 약 4000억달러, 우리 돈 약 471조6000억원)가 투입된 82km 길이의 운하였으니 얼마나 대견했으랴. 그때 나온 환호성 구호가 바로 이 ‘A man…’, 곧 ‘인간, 계획, 운하, 파나마!’였다고 한다. 파나마운하 구상의 위대함과 그 실현에 대한 미국의 자찬 탄성인 셈이다.
그런데 이 문구는 그런 내력보다 회문(回文)으로 더 유명하다. 위에서 내리읽거나, 끝에서 치읽거나 뜻이 통하고, 평측과 운이 맞는 한시(漢詩)가 회문이다. ‘A man…’은 비록 한시가 아니지만 스펠링을 거꾸로 읽어나가도 똑같은 순서가 된다는 점에서 회문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우리말로도 우스개로 짧은 회문을 만들 수 있다. ‘여보 안경 안보여’ ‘다시 합창 합시다’ ‘아 좋다 좋아’같은 것들이다. 이에 비해 알파벳 스무 자가 넘는 파나마운하 구호는 제법 긴 문구인데도 거꾸로 읽어도 그대로이니 재미있다.
새 운하는 폭 49m, 길이 366m의 초대형 선박이 다닐 수 있다. 현존 전 세계 대형선박 95%가 이 안에 든다고 한다. 파나마정부는 새 운하 개통에 즈음하여 통행료를 평균 80만달러(9억4000만원)로 현재보다 서너 배 올릴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만큼 비싸도 이용할 배가 있을 거라고 보는 거다. 파나마는 세계 해운경기가 안 좋아 통항선박 수가 줄면 요금을 또 내리면 된다는 배짱이다. 통행료가 싸면 이용선박이 늘어 전체 운하수익에는 별 차질이 없다는 거다. 통행료를 올려도, 내려도 수입에 아무 문제가 없는 파나마운하가 마치 거꾸로 읽어도 그대로인 ‘A man, a plan, a canal-Panama!’의 문구만큼이나 신기해 보인다. 천혜의 위치에 놓인 국토 여건과, 큰 공사를 계획하여 국가경제를 살찌우는 그 국민적 역량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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