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장난=재미’라는 불문율은 글감이 되기도 한다. 김용택의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다’에서 한 대목을 옮긴다.“기나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해서 그 기나긴 겨울밤의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남의 집 지붕의 감 내려다 먹기,남의 집 무구덩이에서 무 내다가 깎아먹기 등의 서리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는 것은 역시 통통하고 기름기 잘잘 흐르는 닭 서리야말로 서리 중의 서리였다.” 기다란 문장의 결론은 `재미’로 맺어진다.
가을걷이 철이다. 일손이 달려 제때 거둬들이지 못한 농작물들이 `서리’의 제물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서리가 장난과 재미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도토리 주우러 와서 남의 밭작물 거덜내고, 대추 상자를 몇 개 씩 들고 튄다면 그`차떼기’를 누가 서리라고 할 것인가.
어제 본보는 행락객들이 이런 절도 행위를 삼가주기 바라는 청도지역 농민들의 호소를 기사로 다뤘다. 이게 어디 청도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겠는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농산물 도둑들이 전국에서 활개치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궂은비 때문에 농민들의 어려움이 유달리 많았다. 비 피해는 가을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자연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농민들이다. 그들을 도둑질로 두 번 울리지는 말아야 겠다. 옛 중국 도둑 중의 도둑은 도척이었다. 그 도척마저도 `도둑의 도(道)’를 졸개들에게 가르쳤다는 이야기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김용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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