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정신영기금
  • 뉴스1
관훈클럽정신영기금
  • 뉴스1
  • 승인 2020.08.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관훈클럽은 뉴스의 인물들을 초청해 관훈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유명한 중견언론인 단체다. 관훈토론회는 대통령 후보들을 검증하는 대표적인 이벤트로도 자리잡았다. 성역 없고, ‘살살하는’ 자리가 아니어서 그런지 1995년에 초청받았던 김수환 추기경조차도 무서운 시험관들 앞에서 시험을 치르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이 관훈클럽 안에는 ‘관훈클럽정신영기금’이라는 명칭의 기금이 있다. 동아일보 기자였던 정신영(1931~1962)의 이름을 딴 것이다. 정신영은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이다. 형제들 중 유난히 공부 욕심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법대에 들어갔고 고시공부를 했는데 무리했든지 건강을 해쳐 잠시 요양하고 대학원 진학으로 진로를 수정했다. 대학원을 졸업할 때 아산 부부와 함께 대학원 건물 앞에서 찍은 깔끔한 사진이 한 장 남아있다. 대학원을 다니다가 형 정인영(후일 한라그룹 명예회장)을 따라 동아일보에서 정치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정신영은 1년 3개월의 기자 생활 후에 경제학 공부를 위해 독일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난다. 아산이 강력히 권유했다. 아산은 회고록에서 “나 자신이 공부가 싫어서 소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가 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내 능력이 되는 한 아우들을 유학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도, 아니 그 이상의 이상이라도 공부를 시키고 싶었다”고 한다. 당시는 물론이고 필자가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국내 대학원 과정은 지금과 달리 제대로 학자를 양성하지 못했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면 신문 한쪽에 뉴스가 되던 시절이다. ‘유학’이라는 것은 최고학위과정 공부를 의미했다. 아산이 재능있고 향학열이 높은 아우를 유학 보낸 것은 당연했다.

정신영은 동아일보를 떠난 상태였음에도 독일 체류 중에 간간이 기사를 작성해 서울로 보냈는데 동아일보에서는 ‘정신영 특파원’이라는 타이틀로 정신영의 기사를 게재했다. 예컨대, 1961년 8월 26일 자에는 1면 톱으로 ‘집단감옥 동백림[동베를린]을 가다’라는 정신영의 기사가 실렸다. 독일이 아닌 노르웨이의 동정에 관한 기사도 있는 것을 보면 아예 유럽특파원의 역할을 한 것 같다. 정신영의 기사를 보면서 아산은 매우 대견스러워했다. ‘정신적으로 큰 위안과 자랑이었던 아우’라고 회고한다.

정신영은 현지에서 만난 후일 서울현대학원 장정자 이사장과 결혼해 자녀도 두었다. 그러나 박사학위논문 완성을 앞두고 논문에 집중하기 위해 가족을 미리 귀국시켰던 정신영은 갑작스러운 병으로 타계했다. 당시 서른 두 살이었다. 이 일로 아산은 크게 충격을 받고 상심한 나머지 생애 유일무이한 열흘 휴무를 했다. 회고록에도 ‘아우 신영이’라는 제목으로 36년 동안이나 마음에 담고 있던 절절함을 표한다. 정신영의 미완성 논문(‘저축과 경제발전의 상관관계: 개발도상국가의 모델을 중심으로’)은 지도교수 포이크트 교수의 도움으로 완성되었고 정신영은 1982년에 사후 20년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논문은 국문으로도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정신영 기자는 동아일보 시절부터 당시 젊은 엘리트 기자들의 연구·친목단체인 관훈클럽 회원으로 활동했는데 국내에서의 장례도 관훈클럽 회원들이 도왔다. 아산은 1977년에 관훈클럽에 1억원을 출연해 그것을 기본자산으로 한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의 탄생을 이끌었다. 처음에 창립회원들이 기금의 명칭을 ‘신영연구기금’으로 하자고 제안했는데 아산이 앞에 ‘관훈클럽’을 붙이자고 제안해 관훈클럽신영연구기금이 된 것이다. 이후에도 가족과 관련 기업들이 198억원을 추가로 출연했고 기금의 명칭은 2019년 10월에 지금의 관훈클럽정신영기금으로 바뀌었다. 관훈동에 있는 신영기금회관도 여기서 지어진 것이다.

정신영기금은 언론인들의 연구와 저술, 출판, 해외연수와 대학강의 등을 지원한다. 관훈클럽 홈페이지는 기금 창립 당시는 언론인 지원이 거의 없었던 때여서 “정신영기금의 언론인 지원 사업은 한국 언론사의 새 장을 여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전한다. 정신영기금이 국내 언론인들의 역량 증가와 한국 언론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기를 기원한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