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자
  • 손경호기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자
  • 손경호기자
  • 승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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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자성어로는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다. 이 말은 중국 <곽무천>에 수록되어 있는 작자 미상의 군자행(君子行)이라는 악부(樂府)에 있는 말이다. 군자가 행하여야할 도리로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 나온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고 한다. 즉, 남의 의심을 살 만한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이 같은 ‘경구(警句)’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인 당규 제 43조에 따르면, ‘당 대표 당선인 결정은 선거인단의 유효투표결과 70%, 여론조사결과 30%를 반영하여 최다득표한 자를 당 대표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고위원 선출도 당원 70%, 국민 여론 30%를 합산해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내년 초 실시가 유력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당 안팎에서 기존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7대3)을 조정해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더 높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현행 ‘7대3’에서 ‘8대2’로 바꿔 여론조사 비율을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당원투표 비율이 높아질수록 친윤에 가까운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명분은 ‘역선택’ 가능성때문이지만, 당내 주도권을 가진 친윤(친윤석열)세력이 당권을 장악하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이유다. 최근 대표적인 ‘반윤’이라고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국회의원의 지지율 상승이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당 주류인 친윤계가 역선택 방지를 내세워 당권주자의 한 명인 유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여론조사 비율을 낮추려 한다는 의혹이다.

당협위원장 자리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당협위원장은 지역 당원을 관리하고 동원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당대표 선거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국감이 끝나는 대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공석인 당협위원장 60여 곳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253개 당협의 1/4에 해당하는 숫자다.

더구나 기존 당협위원장 공모 결과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도 논란거리다. 비대위가 이준석 전 대표 당시 지방선거 출마 등으로 공석이 된 전국 28개 선거구의 당협위원장을 공모해 16명의 당협위원장을 내정했다. 비대위는 이들 지역에 대해서도 재공모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내정’ 등 기득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가운데 한 명인 윤상현 국회의원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대위의 조강특위 구성 및 당무감사 검토설에 대해 ‘당협줄세우기 모양새’라고 직격했다.

전당대회를 규정한 당헌 제26조(당대표 선출)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에는 원내대표가 그 직을 승계하고, 궐위된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에는 궐위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임시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새롭게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가 궐위되어 비상대책위를 꾸렸다면 내년 6월까지 이 전 대표의 잔여임기를 채우든,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개최해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게 당헌의 정신에 부합한 것 아닐까?

‘얼굴에 철판을 두르고 부끄러움을 모르면 천하무적이다’라는 중국 이야기가 있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서 이 말이 가장 떠오른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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