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후손들, 육사 ‘명예 졸업증’ 반납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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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유공자 후손들, 육사 ‘명예 졸업증’ 반납을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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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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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린’, 용의 비늘 중에는 다른 것과 반대 방향으로 나 있는 비늘 하나가 있는데 이것을 역린이라고 한다.

한비자의 세난편에 ‘용이라는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도 있지만 그의 목 아래 있는 직경 한자쯤 되는 이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임금의 분노를 이르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의미겠지만 어쩌면 일상에서도 건들이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의 다른 이름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최근 육사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정체성을 문제 삼으며 흉상을 이전하기로 하자, 역사인식도 논리도 없는 이전 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초기에는 홍 장군 뿐만 아니라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된 다른 역사적 인물들의 흉상도 함께 이전하려는 계획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하게 나타나서 홍 장군 흉상만 이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 15일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해묵은 이념 논란으로 독립운동가들에게 수여된 명예 졸업증의 반납까지 이어졌다. 윤기섭·이상룡·지청천 등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육군사관학교가 선조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증을 반납했다. 육사 측은 반납 사실을 알고도 졸업증서를 받으러 나오지 않았다. 졸업장은 한 시간 넘게 위병소 앞 아스팔트 바닥에 방치됐다.

2018년 육사는 독립운동가 후손 등 17명에게 “몸소 보여준 숭고한 애국심과 투철한 군인 정신이 사관생도들에게 귀감이 됐다”며 명예졸업증을 수여했다. 같은 해 6월 홍범도 장군에게도 명예졸업증이 수여됐다.

고 윤기섭 선생 외손자인 정철승 변호사는 “일제강점기보다도 더 험한 그런 모욕을 당하고 계셔서 저희들은 더 가슴 아프고 견딜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이 명예졸업증서를 반납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육사는 독립군을 양성한 신흥무관학교 등도 정신적 연원으로 삼고 있다고 밝히면서 후손들이 명예졸업장을 반납하는 이유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11일 ‘한일문화포럼’ 회원들에게 해설사가 정면에 보이는 하시마 탄광의 일본인 직원 숙소인 일본 최초의 아파트를 설명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일문화포럼’ 회원들에게 해설사가 정면에 보이는 하시마 탄광의 일본인 직원 숙소인 일본 최초의 아파트를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7월부터 광복절 78주년을 맞아 대구와 경북 지역의 중요한 독립운동 역사적 사적지를 찾아다니며 독립운동의 흔적을 연재하고 있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더라’는 말처럼 필자가 만난 후손들의 삶은 정말 그랬다. 독립유공자 아들과 손자를 만나 취재 하면서 독립운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성장기 가난과 배고픔으로 힘들었던 시절을 이야기 했다. 그들은 어려운 삶을 겪었지만 그래도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독립유공자를 구분하자면 1945년 8월15일 광복절 광복을 기준으로 이전에 순국하시거나 옥사하신 분을 순국선열, 이후에 생존하시거나 사망하신 분은 애국지사라고 한다.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에 대한 예우로는 보상금, 연금, 취업보호 등의 지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일본 군수기업 미쯔비시가 운영하던 하시마섬(군함도)을 취재했다. 하시마탄광의 조선인 징용공들의 강제 노역과 경제 착취로 인한 고통과 저항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하시마섬은 일본 나가사키시에 소속된 섬으로 일본 근대화의 상징으로 2015년 7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 중·고생들의 수학여행 필수코스로 정해 식민지 조선인들의 강제징용을 쏙 빼 놓은채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었다.

이번 홍 장군 흉상 이전으로 독립을 위해 두려움 없이 목숨을 내 던진 독립운동가에 대해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수 있을까. 육사가 뜬금없이 홍범도 장군의 1920년대 소련 공산당 입당을 문제 삼는 것은 이념을 강조하는 연장선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육사는 이날 명예졸업증서 반납에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결국 후손들과 경찰, 취재진이 철수한 지 한 시간이 지난 오후 4시31분에야 육사 관계자가 나와 졸업증을 회수했다. 육사가 회수한 졸업증이 어디에, 어떻게 보관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육사 관계자는 “반납하신 명예졸업증은 육사에서 보관하고 필요조치에 대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립운동 후손들의 빈곤의 대물림은 현실이다. 이를 막아주는 게 우리 사회의 책임이며 그들의 마지막 보루인 자존감을 지켜줘야 한다. 일제강점기 국내외에서 독립을 위해 애쓴 발자취를 보면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민족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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