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정
가서 오지 않으리
활활 타올라
더 이상 사를 것 없는 몸뚱이
가면 다시 오지 않으리
볕 좋은 가을 오후,
지는 낙엽같이 야윈 것들을 싣고
막연히 떠나는 버스에 올라
붉은 것 제 몸 태운다는
골짜기 어딘가에 팔랑 내려서
걷다가 걷다가
소리 없이 부서져도 오지 않으리
콜타르처럼 진득하게 눌어붙었던
고독이여 안녕
질긴 내 고독과 손잡아 주던
불면이여 안녕
인두로 새긴 신열 같은
사랑이여 안녕
나는 걸어가,
가서 오지 않을 것들 다 떨구고
그리고 안녕
어둠에 뿌리내렸던 썩은 가지여
너는 다시 피지 않아도 좋으니
푸른 별을 보며, 죽어도 거기 있으라
강원도 동해 출생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2016년 《문학광장》 등단
시전문지 계간 『시와징후』 편집위원
시집 『치킨의 마지막 설법』 『고래, 52』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