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물가 비싼 나라 가운데 상위권에 들어선지는 이미 오래다. 이를 뒷받침하는 분석보고서가 또 나왔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2007년 주요 농산물 유통실태 조사결과 분석’보고서다. 42개 농·축산물 값의 44.1%만이 생산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55.9%가 유통·판매업자 몫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이것도 단순한 평균값이 이렇다는 것일 뿐이다. 양파, 당근, 대파는 70~80% 이상이 유통비용이다. 농민은 흙만 파먹고 살라는 말이냐는 소리가 나오게 돼있다.
농·축산물을 생산하면서도 농민은 배고프고, 소비자는 고물가에 허리가 휜다. 오직 중간 단계만 배부른 유통구조가 뿌리를 내린 형태다. 유통업자는 필요한 직·간접비용을 뺀 20.5%를 이윤으로 챙긴다. 고랭지 감자, 상추, 대파는 중간 단계 이익이 35.2%~38.6%에 이른다. 유통비가 많은 품목은 무·배추 같은 엽근채류를 비롯해 부피가 크고 무거운 품목이다. 또한 저장성이 낮고 산지 포장화가 미흡한 탓에 유통비는 70%가 넘는다. 여기에서 유통단계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만다. 해묵은 이야기인데도 논의만 무성할 뿐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없다시피 하다.
반면 농민과 대형 유통업체가 직거래하면 유통비용은 11.5% 줄어든다. 이에 따라 농민은 20%이상 값을 더 받고, 소비자 또한 7.7% 절약할 수 있다. 유통단계가 줄어들어야 할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이는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뼈대이기도 하다. 대형 유통업체마저 빼고 농민과 소비자가 직거래를 하게 되면 양쪽에 돌아가는 이익은 더 크게 마련이다. 오는 추석 전국 2300곳에 연다는 직거래 장터의 효과는 당장 나타날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연중 계속 열어야 할 이유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의 수렁을 겨우 벗어나기 시작하자마자 추석을 맞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추석물가의 경고음에 지레 겁먹고 있다. 모래알처럼 흩어진 민심을 한데 모으려면 추석민심 잡기에 그만큼 땀을 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추석민심을 잡으려면 추석물가부터 잡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위기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물가불안 해소보다 앞서야 할 것은 없다. 유통구조 개선으로 농민과 소비자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
농축산물은 문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데도 물가만 치솟으면 가계에 주름살이 갈 것은 뻔한 이치다. 이를 바로 잡는 길의 하나가 유통구조 혁신임을 정부가 모른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의지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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