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년 4개월 만에 1000선이 붕괴된 지난 주말 감당하지 못할 대규모 손실을 본 개미들이 증권전문 인터넷을 통해 울분과 절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신용융자까지 받아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사로부터 반대 매매를 당해 하루 만에 5200만원을 날렸다는 어느 투자자의 “원양어선이라도 타야겠다”는 장탄식은 듣기 딱하다. `한탕’하겠다고 신용융자까지 받아 베팅한 그의 뱃심이 놀랍다. 증권시장은 그에게 도박판으로 보였다는 얘기다.
어느 젊은 투자자는 유학자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모두 날렸다. 중국펀드에 넣은 350만원이 6개월 만에 두 배가 되자 유학비용 9000만원 전액을 펀드에 쏟아 부었고, 중국증시가 추락하자 대출까지 받아 증시에 쏟아 부었다. 결과는 완전히 날아간 유학의 꿈이고 9000만원의 빚뿐이다. 직장도 그만 두어버려 집안에서는 밥만 축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
두 사람의 경우는 극히 일부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알거지가 다 된 주식꾼들이 한둘이 아니다. 가진 돈만 날리는 게 아니라 “이번에는 대박”이라며 빚까지 내 증시로 달려갔다가 고개를 떨구고 나온다.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이 재미 봤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지 않은가. 개미들은 언제나 기관투자자들의 밥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미숙한 금융위기 대응과 엇박자도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기고, 여기에 주식투자자들이 놀아나 깡통을 차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이 IMF 당시보다 더 상황이 나쁘다”고 했다. 그런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0년 전 외환위기 보다 훨씬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화폐 액면 단위 축소를 하루바삐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주장했다. 화폐개혁 하겠다는 뜻이다.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정부가 위기의식을 자초할 이유는 없다. 경계심을 늦춰서도 안 된다. 특히 부처 간 엇박자는 국내 외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경제부처장들은 입조심하기 바란다. 그렇다고 주식시장에서 깡통 찬 개미들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이미 투전판이 된지 오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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