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검찰총장의 지방선거 전 `경제수사’ 자제 당부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 총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5·31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국가경제와 선거에 영향을 미칠 대형 경제사건에 대한 기획수사를 자제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구속하면서 `경제현실’과 `경제정의’ 사이에서 `경제정의’를 선택한 검찰이 갑자기 `수사 자제’를 들고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정 총장은 “현대차 수사로 경제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걱정과, 수사가 다른 기업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이라는 외적 환경을 고려하고 지방선거도 공명하고 깨끗하게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경제에 미치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 수사를 밀어붙이던 검찰의 종전 태도와는 확연히 다른 무엇을 느낄 수 있다.
더구나 검찰의 정몽구 회장 구속의견은 법원의 영장발부에 의해 당위성을 인정받았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정 회장 변호인들이 정 회장 구속이 `경제에 미칠 충격’을 주장하며 불구속을 요구했지만 법원은 “정 회장 구속으로 경제에 영향이 있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이를 일축했다.
경제가 어렵다. 재벌이든 중소기업이든 위기극복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나 10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 천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정 회장을 구속한 것은 경제위기와 무관하다. 정 회장의 그런 비리가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해온 것이다. 또 지방선거도 공명하게 치러야 한다. 그러나 선거사범은 검찰의 공안기능이 담당하면 되지 않는가.
검찰이 경제와 지방선거를 이유로 재벌비리에 대한 처벌을 흐지부지해선 절대 안된다. 그럴 바엔 무엇하러 정 회장을 구속하면서 그리 많은 고민을 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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