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서
야외 → 전시장 자연스럽게 진열
작업 → 작업실 → 거주 연속성 통해
현실 거리 유지 위한 `균형’ 엿보여
예술가로서의 경험·기억 노래로 전달
야외 바닥에 네 개의 덩어리가 놓여있다.
쇠로 된 이 덩어리는 구르다가 멈춘 지점 또는 처음 놓인 그 자리에서 변화무쌍한 시간과 공간의 현실적 스펙트럼을 마주하고 있다.
2013 기억 공작소Ⅰ `이기칠’展이 오는 31일까지 봉산문화회관 2층 제4전시실에서 열린다.
쇳덩어리는 표면이 붉게 산화된 녹과 흔적을 통해 그 장소에서의 시간적 실존을 확인시켜준다.
안이 뚫려 비워져있고 외형이 오각형이나 원형의 관 형태이며 내부와 외부를 관통하듯 도려낸 기하학적 절단면 때문에 축을 통해 서로 연동되는 기계부품 혹은 사용처는 알 수 없지만 구멍을 통해 주변 환경이 들여다보이는 희한한 물건 정도로 상상할 수밖에 없는 낯설음의 대상이다.
안을 뚫어놓은 형태에 철 주조로 채우거나 원형의 특수 강관을 도려내어 꽉 찬 쇳덩어리 무게감을 드러내며 허구 없는 진정한 물질감을 보여주고 있다.
바깥 야외공간에서 이어진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3줄로 길게 진열된 27개의 또 다른 덩어리를 볼 수 있다.
27개의 사각기둥으로 받쳐진 강건한 표정의 이 존재들은 각자 다른 기억의 울림으로 실존적 중심이 되고, 자신이 탄생하게 된 긴 호흡의 `작업실’과 `거주’를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는 초기에 단단한 자연석의 물리적 저항을 뚫고 파내는 `작업’ 연작을 통해 조각 작업을 둘러싼 모든 문제가 돌 속의 조그만 내부 공간으로 집약돼 해소되는 자신 만의 실존적 공간체험을 이루고자 했다.
최근 그는 온갖 갈등과 문제를 극복하며 조형하는 조각의 행위가 무수한 시행착오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닮았다고 생각하고, 조각가라는 사회적 역할과 본분 자체를 자신이 살아가는 거주지로 간주하면서 그의 생각을 시각화한 `거주’ 연작에 이르게 됐다.
이 `거주’ 연작에서 작가가 머무르는 공간의 외연은 더욱 넓어지고 추상화 됐다고 할 수 있다.
`작업’과 `작업실’, `거주’로 연속되는 이 사건은 작가로서의 삶 안으로 향하려는 지향과 동시에 밖으로 현실 거리를 유지하려는 균형에 관한 동기와 결과로 짐작되며, 안과 밖의 변증법적 교차를 이루려는 지속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이 시도에서 `거주’라는 사건의 실재는 비어있고 물화된 조각 덩어리로 남게 된다. 속이 뚫려있는 조각 덩어리 형태는 사건의 상황에서 공백을 뺀 상태를 고착화한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그의 거주 장소는 예술이라는 추상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예술가로서 자신은 의지와 경험, 기억들을 이야기와 노래로 바꾸어 전달한다.
작가의 작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생되지만, 추상적으로 확대된 `거주’ 사건은 정돈된 흔적, 순수 형식으로서 기억될 것이다.
이작가는 “육중한 쇳덩어리 조각은 하나의 물질이라기보다는 삶과 예술이 일치되고 비움과 채움이 교차되는 상징적 장소에 대한 물화”라고 말했다.
/이부용기자 queen1231@h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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