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바라’ 옷 입고 나온 게 자랑스러운가?
  • 한동윤
`게바라’ 옷 입고 나온 게 자랑스러운가?
  • 한동윤
  • 승인 2013.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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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김구 얼굴 새긴 옷 입었더라면…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광주광역시의 빛고을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에 광주시립 청소년합창단이 쿠바 공산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옷을 입고 나와 논란이 벌어진 건 지난 15일이다. 행사장에서 이를 본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이 강운태 광주시장에게 “광복절이라는 행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 복장인 것 같다”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체 게바라’ 복장 논란과 관련해 광주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의 이 모(37) 합창단장을 `징계’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광복’을 기리는 행사에, 공산혁명군을 지휘해 쿠바 정부군을 붕괴시킨 게바라의 등장은 온당치 않다는 판단이다. 광주시가 합창단장을 징계하는 것으로 이 문제는 일단 누그러드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많은 국민을 놀라게 했고, 국민들이 “비정상”이라고 판단한 `게바라 복장’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좌파 언론이 “합창단장 징계는 심하다”며 경쟁적으로 광주시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광주지역 문화예술계는 “순수한 예술 표현을 문제 삼는 풍토가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게 좌파언론들의 보도다.
 소설가 문순태 작가는 “이념적 성향을 가지고 공연한 것이 아닌데도 문제삼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문화·창조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가 예술적 상상력을 적극 권장해야할 판에 이런 표현을 문제 삼는 것은 역사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은 `광복절과 체 게바라는 만날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합창단 지휘자의 중징계를 검토하고 사상적 재단을 하려는 태도는 `문화적 테러’”라는 극단적인 시각까지 드러냈다. 말하자면 광주 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의 `체 게바라 복장’은 광주시의 예술적 상상력에 속하며, 이런 상상력을 적극 권장해도 모자랄 판에 `문화적 테러’를 가하면 되느냐는 항의다.

 광주시립 소년소녀합창단의 `체 게바라 복장’ 소동은 이렇다. 광주시 남구 구동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제68돌 광복절 경축식 기념 공연.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유관순 열사를 상징하는 흰색 저고리를 입고 무대에 올라 `광주는 빛’을 합창하다 흰색 저고리를 벗어 제쳤다. 그러자 체 게바라의 얼굴과 영문 이름이 새겨진 검정색 상의가 드러났다. 합창단원들은 이런 모습으로 5분간 `광주는 빛이어라’를 열창했다. 참석자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체 게바라 옷을 입은 합창단원들의 노래가 계속되는 동안 강운태 광주시장은 무대에서 합창단원들과 함께 춤까지 췄다. 전홍범 광주보훈청장이 “광복절 행사의 취지에 맞지 않는 복장인 것 같다”고 지적할 때까지 강 시장은 뭐가 문제였는지 몰랐다는 얘기다. 전 보훈청장의 지적이 있자 강 시장은 뒤늦게 진상파악을 지시했고, 역시 뒤늦게 `징계’를 결정했다.
 합창단장은 복장 소동과 관련해 “흰 한복과 대비되는 색의 옷을 입으려 했는데 단원 48명 전원이 똑같이 입을 수 있는 의상이 6월 공연 때 산 체 게바라 얼굴이 그려진 것밖에 없었다”며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합창단원들이 지난 6월 체 게바라 얼굴이 든 상의를 단체로 구입해 공연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어린 학생들에게 체 게바라 복장을 입혀놓고도 “의도가 없었다”는 건 또 무슨 소린가?
 마침내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이 오마이뉴스에 길고 긴 글을 통해 `게바라 복장’을 칭송하고 광주시청의 `징계’ 결정을 비난했다. 그는 당일 공연장에서 게바라 옷을 입은 합창단원들이 `광주는 빛이어라’를 부를 때 “벅찬 흥이 저절로 올라 나 역시 무대 아래에서 춤추고 뛰었다”고 실토했다. 강운태 시장은 무대 위에서 합창단원들과 춤추고 광산구청장은 무대 아래서 춤추고 뛴 것이다.
 그는 “광주는 민주·인권·평화의 도시를 표방한다. 광주는 문화중심도시를 꿈꾸고 있다. 체 게바라는, 해방과 저항의 아이콘”이라고 평했다. `광주’를 `게바라’와 치환(置換)한 것이다. 민 구청장에게 묻는다. 광주의 `해방과 저항의 아이콘’은 왜 안중근과 김구 선생이 아니라 왜 게바라여야 하는가? 그 것도 대한민국의 `광복절’에 왜 쿠바 공산게릴라를 지휘한 게바라가 나와야했는가? `광주’라는 이름으로 모든 걸 덮으려 해서는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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