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이 26일 방한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반기문 총장은 만약 본인이 원한다고 하면 상당히 경쟁력 있는 대통령후보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며 반 총장을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꼽았다. 박 의원은 이날 MBN에 출연해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상당한 파괴력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있겠죠”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앞서 반 총장은 24일 청와대로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이 자신있게 추진 중인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문제를 논의했고, 반 총장은 박 대통령에게 유엔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방이 끝난 뒤 박 대통령은 반 총장을 영빈관 밖에까지 배웅했다.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어 28일 낮에도 반 총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미 DMZ 평화공원 문제를 논의했기 때문에 이날 오찬은 이례적인 것이다. 박 대통령의 반 총장을 향한 배려와 관심이 엿보인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반기문 대권후보’ 가능성 언급은 이런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차기 대권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 또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들 역시 도토리 키 재기여서 뚜렷하게 부각되는 후보도 없다. 새누리당에 김무성,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앞서고,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문재인, 김두관, 무소속은 안철수 의원 등이 키 재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 지지율이 가장 높다지만 그의 멘토들이 하나같이 그를 버리면서 안 의원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신당 추진도 여의치 않고, 따라서 세력화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가 4년 후 대권 경쟁까지 살아남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반기문 총장 대권후보가능성’은 신선하다.
그러나 반 총장이 정치에 `오염’되지 않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야의 차기 주자들이 과거 군사정권이나, 김영삼- 김대중 양김 구도,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친노’- `반노’의 대결 구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최대 덕목이다. 뿐만 아니라 반 총장은 충청(충북) 출신이다. 충청도 대통령 대망론의 바람이 불 수 있다. 영남과 호남이 `충청 대통령’에 반감을 갖기도 힘들다.
반 총장의 유엔사무총장 임기는 다음 대선 1년 전인 2016년말 끝난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시기다. 나이도 갓 70을 넘기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와 비슷하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 대선 전 `반기문 총장 같은 분을 민주당이 영입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바로 반기문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고 하시더라며 저도 개인적으로 잘 알고 우리나라가 자랑할만한 인물이기 때문에 그 분의 거취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도 반 총장의 잠재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반 총장은 아직 정치권에 진입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관계를 살펴보면 반 총장을 대권주자 반열에서 제외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김무성, 정몽준, 김문수 등 새누리당 차기 주자들에 갖고 있는 평소 자세를 보면 박 대통령이 `제3의 카드’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 총장은 “글로벌 코리아”라는 명분을 앞세우면 천하의 안철수라도 상대할 수 없는 거인이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세계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했고, 따라서 남북관계에도 돌파구를 열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박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어떤 카드를 구사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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