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직장’-“파티는 끝났다”
  • 한동윤
`신(神)의 직장’-“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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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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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조원 부채 가스공사의 초호화 사옥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한국가스공사는 부채가 무려 32조원이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0분의 1 정도다. 그런 한국가스공사가 내년 9월 옮겨갈 대구 혁신도시 본사 부지는 현재 경기도 사옥보다 4배 넓다. 수영장·축구장·테니스장·농구장이 딸린 새 사옥을 짓는 데 2900억원이 들어간다. 수영장 관리비만 1년에 9억원이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화력발전소 직원 비상숙소.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에 1000만원짜리 스파 욕조, 내부 벽면은 대리석으로 꾸몄고, 천장은 수입 목재를 사용했다. 욕실엔 방수형 TV도 걸려 있다. 한국남동발전이 지은 이 건물은 명목만 비상숙소지 실제 초호화 펜션이다. 남동발전은 이런 숙소를 영흥화력발전소 근처에 네 곳이나 두고 있다. 남동발전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한국전력은 55조원의 빚을 안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모럴 해저드에 빠진 공기업 대수술에 나섰다. 예산 낭비와 지나친 복리후생이 수술의 초점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20개 주요 공공기관 기관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는 과다한 복리후생과 임금을 지급한 상위 8개 기관(시설안전공단·무역보험공사·건강보험공단·인천국제공항공사·근로복지공단·수출입은행·한국투자공사·대한주택보증)과 부채 상위 12개 기관(한국전력·토지주택공사·석유공사·가스공사·석탄공사·철도공사·수자원공사·철도시설공단·도로공사·광물자원공사·한국장학재단)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9년 337조원에서 2012년 493조원으로 3년 만에 무려 150조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23만4000명에서 25만4000명으로 2만명이나 늘었다. 기관장 평균 연봉도 1억3700만원에서 1억6100만원으로 17.5%나 올랐다. 조직의 경영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임직원들은 임금인상과 숫자 불리기에만 급급했던 셈이다.

 현 부총리는 “파티는 끝났다”는 표현을 썼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재정위험 관리에 총력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현 부총리는 “민간 기업이었다면 감원의 칼바람이 몇 차례 불고 사업 구조조정이 수차례 있어야 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감사에서 아무리 지적해 봤자 고쳐지는 게 없으니 자괴감이 든다”는 국회의원들의 말도 인용했다.
 기재부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임원들의 보수체계를 조정할 방침이다.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공공기관 직원의 복리후생 수준을 확 고치겠다고 했다. 특히 과거 5년간 부채 증가를 주도했던 토지주택공사와 한전 등 12개 기관에 대해 부채 규모와 발생 원인 등을 올해 말까지 자세히 공개하도록 했다.
 같은 날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신용평가와 공동 개최한 `제11회 연례 콘퍼런스’에서 한국의 신용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공기업 부채’를 꼽았다. 톰 번 무디스 수석 부사장은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우수해 `Aa3’ 등급과 `안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기업 부채가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지난 몇 년간 급속도로 늘어난 공기업 부채를 우발채무 요소로 보고 한국 신용등급 평가에 고려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공기업의 모럴 해저드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공기업을 관장하는 `노른자위 부처’가 공기업의 부패에 공범들이다. 부채가 많아 정부에서 특별관리 중인 자산 2조원 이상 공공기관 41곳 가운데 산업부 산하기관은 12곳에 달한다. 한수원 부채는 지난해 말 24조7000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121%까지 치솟았다.
 산하기관 33곳을 거느린 국토교통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잔치가 벌어진다. 국토부에서 산하기관으로 옮기는 4급 이상 퇴직공무원은 해마다 20여 명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자리를 옮긴 104명을 분석한 결과 임원 자리를 꿰차는 것은 보통이고, 회장·이사장·원장도 수두룩하다. 이 정도 직책이면 연봉 1억원은 기본이고 대형 기관에선 2억원을 넘는 곳도 드물지 않다.
 이같이 퇴직 관료들이 요직을 독식하는 구조에서는 주무부처와 산하기관은 공생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이 자리를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가재는 게 편’이란 말처럼 전관예우가 뒤따른다. 공기관은 속으로 골병이 든다. 현 부총리가 공기업 대표들을 질책한 건 이해가 가지만 그에 앞서 장관들부터 나무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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