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생로병사’진지하게 탐구하다
  • 연합뉴스
사랑의`생로병사’진지하게 탐구하다
  • 연합뉴스
  • 승인 2014.03.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영화`투 더 원더’… 테렌스 맬릭 감독, 널뛰는 감정 빛·이미지·웃음·눈물로 오롯이 전해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한 무기력한 남자와 미칠 듯한 사랑에 고통받는 두 여자.
 `투 더 원더’는 사랑의 `생로병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본 영화다. 찬란히 빛났다가 삶의 지옥으로 인도하는 사랑. 그 널뛰는 감정의 결을 세밀히 살려 하나의 이야기로 담아내기란 어쩌면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불가사의하고 경이롭기조차 한 그 신비로움을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 감독은 빛과 이미지와 배우들의 웃음과 눈물만으로 오롯이 전한다.
 미국을 떠나 프랑스에 온 닐(벤 애플렉)은 미혼모 마리나(올가 쿠릴렌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은 사랑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마모돼 간다. 겉도는 관계를 참을 수 없었던 마리나는 마침내 닐의 곁을 떠나고, 그의 앞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꿉친구 제인(레이철 맥아담스)이 나타난다.
 1973년 `황무지’로 장편 데뷔한 철학과 교수 출신의 맬릭은 과작(寡作) 감독으로 통한다. 40여 년간 여섯 편을 만드는 데 그쳤다. 그러나 한땀 한땀 공들여 찍는 감독으로 정평이 난 그의 작품들은 믿고 봐도 무방한 명작으로 통한다.
 특히 `천국의 나날들’(1973)은 칸 영화제 감독상, `씬 레드 라인’(1999)은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트리 오브 라이프’(2011)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했다.
 여섯 번째 영화 `투 더 원더’는 부자관계를 이용해 우주의 기원과 섭리를 표현한 전작 `트리 오브 라이프’ 보다도 서사가 더 불친절하다. 이야기를 언급하는 건 무의미하다. 만나고 부대끼다가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사랑의 순환 과정이 대자연의 순환처럼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나 사랑의 순환 전체가 이 경이로운 감독이 바라보는 지점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사랑에 빠졌을 때의 순수한 감정, 사랑에서 벗어났을 때의 고통 같은 `순간’에 천착한다. 그 순간은 너무나 경이로운 시간이고, 그 경이는 낙조와 하늘거리는 들풀 같은 자연으로만 설명될 수 있다.
 전작 `트리 오브 라이프’가 우주ㆍ지구ㆍ물과 불ㆍ공룡 등의 이미지를 이용해 우주의 시원과 삶의 의미 같은 거시적인 문제에 천착했다면, `투 더 원더’는 사랑이라는 미시적인 주제를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삶의 불가사의를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약하고 대사가 많지 않아 영화가 지루할 수 있지만, 영화를 사유의 한틀로 생각하는 관객들이나, 이미지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진지한 도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연합
 3월6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12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