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 비루한 허상 적나라하게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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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국가 비루한 허상 적나라하게 폭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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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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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프라이버시’

 폐쇄회로 화면들이 스크린을 채운다. 화면 분할로 점점 늘어나는 폐쇄회로 화면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적인 대화와 행동들이 적나라하게 잡힌다. 그리고 한순간 회색 연기로 가득 찬다.
 전 세계에서 CCTV가 가장 많이 설치됐다는 도시, 런던의 최대 재래시장인 버로우 마켓에서 폭탄이 터진 것.
 무고한 시민 120명이 죽었고 한 터키인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사건은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되고 변호인이 갑작스럽게 죽자 마틴(에릭 바나)이 새로 변호를 맡게 된다.
 전 변호인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마틴은 정보기관인 MI5가 개입한 사실을 알게 되고, 법무부가 지정하는 특별변호인인 클로디아(레베카 홀)와 함께 사건을 파헤치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두 사람은 위험에 처한다.
 정부는 24시간 CCTV 감시를 통해 이들의 사생활을 모두 알고 있고, 이를 빌미로 협박한다. 믿었던 친구마저 정보기관의 감시원이었고, 사적인 모임 자리에도 평범한 공무원으로 위장한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자리하고 있다.
 달아날 곳 없이 옥죄어 오는 정부기관의 감시와 위협 속에서도 두 사람은 진실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지만, `정의’나 `진실’이 승리하는 해피엔딩은 아니다. 영화는 민주국가의 비루한 허상을 적나라하게 비춘다.
 “청문회다 뭐다 시끄럽겠지만 몇 년 질질 끌다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법무부 장관의 말은 국경이나 동서를 막론한 현실임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청문회에 선 장관이 법과 정의, 원칙을 외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관객이 가장 궁금해할 사건의 내막을 일찌감치 알려주고도 진실을 알리려는 주인공의 고군분투와 그들을 막으려는 기관 요원들의 추격은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영화를 보기 전 영국의 사법제도에 대해 간단히 알아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원제 `클로즈드 서킷’(closed circuit)은 폐쇄회로라는 의미와 함께 비공개 재판을 뜻하기도 한다. 영국에서 테러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재판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피고인 측에서는 법무부가 지정하는 특별변호인만이 참여할 수 있다.
 특별변호인은 비공개 재판에서 알게 된 증거에 대해서는 변호인과 이야기를 나눌 수 없고, 기밀 유지를 위해 정부의 엄격한 감시를 받게 된다.
 `레미제라블’과 `어바웃 타임’ 제작사인 워킹타이틀이 제작하고 `보이A’로 영국아카데미 감독상과 베를린영화제 특별 심사위원상을 받은 존 크로울리 감독이 연출했다. 연합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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