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커피향 따라 따뜻한 풍경을 만나다
  • 이경관기자
짙은 커피향 따라 따뜻한 풍경을 만나다
  • 이경관기자
  • 승인 2014.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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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 팔도에 숨겨진 커피명소 22곳 담은 에세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그 카페에 가면 내가 앉는 고정석이 있다. 그곳에 앉으면 해가 저물어도 결코 일어서고 싶지가 않다. 창문 저편으로 보이는 세계가 너무나 평온하기 때문이다.”(183쪽)
 그곳에는 언제나 향이 난다. 깊은 커피 향이 나고 짙은 사람 냄새가 난다.
 `커피비경’은 양선희 작가가 사진가 원종경과 함께 서울을 벗어나 팔도에 숨어있는 커피명소를 발굴해 담은 에세이다.
 이 책은 빌딩 숲의 모퉁이가 아닌 자연의 한 조각처럼 자리한 커피 하우스, 생두를 직접 고르고 볶아서 핸드드립 하는 커피 하우스, 노름마치의 정겨운 목소리로 커피가 나왔음을 알리는 커피 하우스 22곳을 담고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커피하우스로 소개된 강릉에 소재한 `히피커피’. 이곳의 주인인 남궁 연 씨는 강원도민일보의 기자로 일하던 시절, 스페인 한 지방에서 열린 불꽃축제에 참석했다가 마신 에스프레소 도피오에 빠져 커피를 시작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감명 깊게 읽은 `커피의 역사’의 한 문장처럼 커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누구도 배척하지 않는 커피!”(23쪽)
 “사실 `마이 브라운 노트’에 가면 상호 위에 `아주 작은 커피 점빵’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점빵이라는 말의 어감이 좋다’는 여동건 씨는 자신의 카페가 어린 시절 추억 속의 점빵처럼 오래 머물러도 편하고, 잠시 머물러도 행복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135쪽)
 대구에 위치한 `마이 브라운 노트’. 그곳의 주인장 여동건 씨에게 커피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이혼으로 인해 매일 밤을 술로 지새운 그에게 친구는 커피를 해보라고 권유했다. 친구의 그 한마디는 어둠에 빠져 있던 그에게 희망이 됐다.
 “시실리아. 時失里我. 나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이 마을(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150쪽)
 강원도 춘천에 자리한 `시실리아’. 이곳의 주인인 이상덕 씨는 커피에 쏟는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커피에 처음 매료됐을 때, 부산과 일본을 오가는 보따리상에게 부탁해 생두를 구했다. 또 고향인 상주에서 보았던 뻥튀기 기계의 원리를 생각하며 직접 커피 로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베인 시실리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그의 커피에 매료되고 그곳의 따스함에 흐르는 시간을 내려놓고 안식을 찾는다.
 “그곳에서 그는 정동욱 표 꿈을 팔았다. 시인의 꿈을 팔기도 하고, 소설가의 꿈을 팔기도 하고, 극작가의 꿈을 팔기도 했다. 때로는 사진작가의 꿈을 팔기도 하고, 또 다른 꿈을 팔기도 했다. 그 모든 꿈에서는 커피 향기가 났다.”(186쪽)
 꿈을 파는 바리스타. 신라 천년의 도시, 경주에 자리한 `커피플레이스’. 그곳의 주인 정동욱 씨는 커피 한잔에 꿈과 평안, 행복을 담는다. 그는 단골들의 표정을 보고 그들에게 필요한 커피를 내준다. 커피플레이스는 봉황대를 마주하고 있다. 죽은 자의 세계가 산 자의 세계 속에 산재해 있는 고도 그 자체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은 아스라이 사라지는 일몰의 하늘과 함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커피를 만드는 사람과 그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담겨 있다. (…) 그래서 그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따스한 손을 맞잡거나 어깨동무를 하거나 포옹을 한 것만 같아 마음을 열게 되고, 웃게 되고, 꿈을 꾸게 되는 것이다.”(206쪽)
 부산에 자리한 `까사오로’. 그곳의 주인 정승기 씨는 그날의 날씨, 손님의 마음과 몸의 상태, 손님이 선호하는 느낌의 커피를 파악한 뒤 오직 그 손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린다. 그곳에는 `오늘의 커피’는 없다. 다만 `나만의 커피’만 존재할 뿐이다.
 이 책 속에서 소개하는 22곳의 카페에는 커피뿐만 아니라 커피와 사람을 사랑하는 진정한 노름마치가 있었다. 또한 그곳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었다.
 양 작가는 이 책에서 커피와 커피의 명인, 또 그 카페를 찾는 사람들, 그 조화가 이뤄낸 따뜻한 풍경을 담았다. 짙은 커피향이 퍼진다. 그 향이 마음에 닿아 일렁인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다. 따뜻함이 온 몸에 퍼진다. 양선희·원종경. RHK. 397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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