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17일 북한 개성공단에서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됐다.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주기를 추도하기 위해 준비했다는 조화(弔花)를 받기 위해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씨, 김대중 정부 통일부장관 임동원씨 등 5명이 우르르 달려간 것이다. `북한이 부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가는’ 습성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북측에선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남쪽에서 하는 소리가 반가운 게 없다”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느냐.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핵 문제를 거론하며 어떠한 것을 하자고 하는데 그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조화 전달이 아니라 박 대통령 비난이 그들의 목적이었다.
북한이 조화를 전달하겠다니까 우르르 달려간 것도 꼴불견이지만 조화를 받고 돌아와 북한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더 가관이다. 박지원 의원이 그 다음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북한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에는 신랄한 비난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비난을 하고 있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 말마따나 새로운 시작을 위해 준비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제 개성공단 접촉은 김양건이 박지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인사들에게 남북문제를 언급해서는 안 되는 자리였다. 그들 주장대로 김대중 5주기에 보내는 조화와 김정은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조화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8·15 연설 등에 토를 달고 재를 뿌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 시덥지 않은 소리를 듣고 돌아와 방송에서 북한 주장을 이리저리 해석해 북한을 대변하는듯한 발언을 한 건 더더욱 부적절했다.
이에 앞서 독일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3일 발터 몸퍼 전 베를린 시장과 만나 “김대중 정부에서 계획된 것들이 노무현 정부에서 진전이 있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발전됐다면 서울시장이 지금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서울시장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것”이라고도 했다. 도대체 고모부를 소돼지처럼 끌고나가 고문하고 기관총으로 공개 처형한 김정은을 만나는 게 어떻게 “어마어마한 것”이라는 것인지 기가 막힌다. 북한이 한 마디하면 쪼르르 달려가고, 세계가 경멸하는 독재자 김정은을 만나는 게 “어마어마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햇볕정책 옹호가들이 사라져야 북한이 정신 차릴지 모른다.
저작권자 © 경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북도민일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