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총장 국제외교에 전념토록 제발 흔들지말라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39.7%로 여타 후보들을 압도하자 반 총장을 향한 정치권의 구애(求愛)가 본격화 되고 있다. 반 총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라는 사실을 눈치챈 새누리당내 `친박’은 아예 공개 세미나까지 열고 `반기문 띄우기’에 나섰다.
`친박’만이 아니다.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문재인 대항마’를 찾지 못하고 있는 비노-반노 진영 중심으로 `반기문 모시기’에 발동을 걸었다. 문재인 의원의 대변인격인 윤호중 의원은 “만약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에서 함께 일을 해보겠다고 하면 대환영”이라고 대문을 활짝 열었다. 반 총장 주가(株價)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양상이다.
지난달 29일 새누리당 친박을 주축으로 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총괄간사 유기준 의원)은 국회에서 공개 세미나를 열어 반기문 대선후보 문제를 다뤘다. 여의도에서 `차기 대선 예비후보 반기문’이 처음 본격 거론된 것이다. `2017년 대권 지형 전망’을 주제로 한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온 정치 평론가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발표문 부제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변수를 중심으로’로 정했다.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후보로 영입하지 못하면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는 진단이다. 친박인 안홍준 의원은 “당내에 정권재창출을 할 수 있는 인사가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대안으로 반 총장을 생각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반 총장에게 추파를 던졌다. 세미나에는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홍문종, 윤상현 등 친박계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새누리당의 차기 주자는 김무성, 김문수, 정몽준 등이다. 그러나 이들 누구도 야당 후보에 열세다. 김무성 대표가 한때 선두에 나서긴 했지만 “개헌 봇물” 발언으로 지지율을 까먹었다. 김 대표가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입에 올린 것도 단독 집권이 어렵기 때문에 반 총장을 대통령으로, 자신을 국무총리로 하는 카드를 꺼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에선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상임고문이 10월초 새정연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총장을 차기 야권의 대선주자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당구국’ 모임을 주도하며 친노 진영과 각을 세우고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야 양측 모두 반 총장을 끌어들이려고 할 수 있다”며 `반기문 띄우기’에 가세했다. 새정연 안에서는 반 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원에 힘입어 사무총장이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정연 관계자는 `음수사원(飮水思源 :목말라 물을 마시면 그 갈증을 해소한 것에 만족하지 말고 그 근본인 우물을 누가 팠는지 그 분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는 뜻)’을 인용하며 “반 총장은 참여정부가 만든 총장”이라고 원적지를 내세웠다.
반 총장이 여야로부터 차기주자로 구애를 받는 것은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반 총장의 경쟁력을 평가했기 때문이다. 국내정치의 진흙탕 싸움과 거리가 먼 그의 참신함도 감안했을 것이다. 아울러 국내의 대권주자들이 서로 물고 뜯으며 자해(自害)를 일삼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지금은 반 총장이 국제무대에서 역량을 발휘하도록 흔들지 말아야 한다. 반 총장이 2년 후 유엔총장을 퇴임한 뒤 노벨평화상을 받고, 그 다음 대권가도에 들어서도 늦지 않다. 제발 까마귀들이 백로(白鷺)를 흔들고 괴롭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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