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믿지 않는 20~30대 급증한 이유
  • 한동윤
종교 믿지 않는 20~30대 급증한 이유
  • 한동윤
  • 승인 2015.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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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세 안 내고‘연말정산 천국’에 사는 목사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최근 직장인들의 속을 ‘박박’ 긁은 건 ‘13월의 세금 폭탄’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목돈을 손에 쥘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민들도 모르는 사이 개정된 세법(稅法) 때문에 연말정산 환급 대신 세금을 토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책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직장인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직장인들과 달리 연말정산에서 자유로운 직종(職種)이 있다. ‘세금 폭탄’을 걱정할 것도 없다. ‘소득세’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 종교인들이다. 정부가 2013년 종교인에게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대형 교회’들이 강력 반발하자 물러서고 말았다. 정부는 세수(稅收)가 부족해 복지(福祉)를 축소하느냐 마느냐로 고통 받고, 직장인들은 한푼이라도 세금을 아끼려고 몸부림치는데 목사, 스님, 신부들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세금 성역(聖域)’을 즐기고 있다. 국민 기분이 어떨까?
 정부는 종교계 반발을 의식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대신 종교인 소득을 사례금에 포함시켜 4%만 원천징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종교계, 특히 개신교가 극도로 반발하자 원천징수를 자진신고·납부 방식으로 바꾸고 세무조사나 가산세 규정도 배제한 누더기 과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신교는 이것마저도 못 받아 들이겠다고 버텼다. 결국 정부가 백기(白旗)를 들었다.
 정부만 포기한 게 아니다. 여야 모두 기독교계의 반발에 머리를 숙였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개신교를 자극하지 말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다. 복지를 늘리라고 아우성 치는 야당도 개신교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권에서 사실상 종교인 과세는 물 건너 간 셈이다. ‘모노리서치’가 작년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5.3%가 “종교인에게도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과세를 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정치인들은 교회 십자가를 염라대왕 바라보듯 떨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극도록 반발하는 교계는 개신교 쪽이다. 가톨릭계는 1994년부터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고 있다. 불교계 역시 소득세 징수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개신교계에서도 반대하는 세력은 일부다. 국회에서 열린 종교인 소득세 과세 토론회에서 한국장로교 총연합회 사회인권위원장 박종언 목사가 “목사 대부분은 면세점 이하 종교인들이고 고액 연봉을 받아 지탄받는 목사들이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청빈운동과 자발적 납부운동을 벌여 자체 정화하겠다는 것이 55개 교단의 의견”이라고 주장한 것은 개신교계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것이다. 대부분 목사가 어렵게 살고 있으니 강제로 세금을 거두지 말고 ‘알아서’ 내도록 가만 놔두자는 것이다.
 28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전국(제주도 제외) 성인 1500명에게 현재 종교를 믿고 있는지 물은 결과 50%는 “믿는다”, 50%는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비율은 1984년 조사 때 44%, 1989년 49%, 1997년 47%에서 2004년 54%까지 늘었다가 2014년 조사에서는 50%로 줄어든 수치다.
 그러나 종교를 믿지 않는 2030세대가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0년간 종교인 비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이 청년층에 있다. 10년 전 20대는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현재는 31%로 14%포인트나 급감했다. 30대 역시 49%였던 것이 현재는 38%로 11%포인트나 줄어들었다.
 비종교인(742명)은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45%가 “관심이 없어서”라고 했고, 그 다음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19%),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8%), “내 자신을 믿기 때문”(15%) 순서다. 한 마디로 ‘종교의 위기’다. ‘한국갤럽’은 “2030 세대의 탈(脫)종교 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 더 나아가 향후 10년, 20년 장기적인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014년 현재 한국인의 종교 분포는 불교 22%, 개신교 21%, 천주교 7%로 불교와 개신교가 비슷한 비중을 보였다. 전국에 그 많은 교회당이 서고, 메가 처치들이 들어섰어도 기독교 신자가 불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개신교 목사들이 세금을 낸다면 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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