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거위’로 비하한 경제관료는 위험하다
  • 한동윤
국민을‘거위’로 비하한 경제관료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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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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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세금폭탄’은 현오석 경제팀 책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연이은 인사실패와 수첩인사, ‘불통’이 포함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13월의 세금폭탄’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파문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직장인들이 세금환급은커녕 돈을 토해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박근혜 정부에 ‘획’ 등을 돌린 것이다.
 ‘13월의 세금폭탄’을 몰고 온 2013년 세법 개정을 지휘한 경제사령탑은 현오석 경제부총리다. 현 부총리는 당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야한다며 세법개정을 추진했다. 그를 실무적으로 지원한 참모는 이석준 제2차관-김낙회 세제실장이다. 청와대에서는 조원동 경제수석-주형환 경제금융비서관이다. 최고 경제엘리트다.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에 난리가 났다. 대표적인 게 다자녀소득공제, 출산소득공제, 연금공제 등을 혜택 대상에서 빼버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저출산과 고령화 대책에 골몰하는데 경제팀은 다자녀가구에서 세금을 더 걷는 규정을 만든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욕보일’ 생각이 아니라면 채택할 수 없는 정책이다. 머리 좋은 관료들이 기대한 건 월급쟁이에게서 1조원 가량의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소득세법 개정 과정에서 조원동 경제수석의 망언이 나왔다. 그가 2013년 8월 조세개편안에 월급쟁이 등의 반발이 폭발하자, 해명한답시고 “올 세법개정안의 정신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으로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여론이 들끓었다. 국민들은 졸지에 털 뽑히는 ‘거위’가 되고 말았다.

 조 수석이 말한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빼내는 식”은 “짐이 곧 국가”라고 외친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장관 장 바티스트 콜베르가 “세금 징수 기술은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과 같다”고 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18세기 초 전제군주 시절 세금수탈을 위해 써먹은 수법을 21세기 문명사회에 적용하려한 조 수석은 국민적 공적으로 떠올랐다.
 조원동 수석은 최고 엘리트다. 경기고에 서울대와 옥스퍼드대를 졸업했고, 행정고시를 거쳐 재경부 경제정책국 정책조정심의관,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재경부 차관보, 국제통화기금 이사·선임자문관, 국무총리실 사무차관,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등을 거쳤다. 봉급쟁이들을 ‘거위’로 비하한 조 수석의 ‘지성’이 빠진 지식이 그를 망친 격이다.
 2013년 새법개정의 최종 책임은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 있다. 그 역시 조원동 수석처럼 최고 엘리트 코스만 밟았다. 경기고 서울대에 행정고시를 거쳐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 비서실 경제비서관, 재경부 국고국장, 재경부 세무대학장, 한국개발연구원장 등 화려하다.
 그 최고 엘리트 현오석-조원동 경제팀의 작품이 ‘13월의 세금폭탄’이다. 매일경제는 칼럼에서 연말정산 파문이 일자 “기획재정부 사무관들도 시뮬레이션 해보곤 늘어난 세금에 분통을 터뜨렸다는 얘기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세제실 전문가 몇 몇만 해독 가능한 난수표식 연말정산 개편이었음을 확인시킨다”는 것이다. 자기가 이끌던 경제부처 사무관들까지도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확인할 수 있는 난수표 같은 세제개정으로 연말정산 소동을 일으킨 셈이다. 물론 연말정산 파동의 책임을 현오석-조원동 두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면 두 사람도 억울해할지 모른다. 세법개정안을 던져주자 이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덥석 받아 먹은 국회가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가 2013년 말 본회의에서 찬성 245대, 반대 6이라는 압도적 지지다.
 국회에는 기라성 같은 경제전문가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들이 ‘현오석-조원동 세법’이 통과되면 각자 소득세를 얼마나 더 내게 되는지 궁금해 했을 법 하다. 그러나 그 누구도 봉급쟁이들이 세금을 토해내야 하는 고통에 눈길을 준 국회의원은 없다. 입만 열면 ‘서민정당’을 외친 야당도 마찬가지다. 아마도 세금이 얼마 나오든 생활에 지장 없기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여야 국회의원 역시 국민을 ‘거위’로 간주한 것만은 분명하다. 국민은 절대로 ‘거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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