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의 한 중학교 영어교사가 `3개월 직위해제’ 1호를 기록했다. 그의 엉터리 수업을 학생과 학부모들이 용인하지 않은 결과다. 문제 교사는 수업 시간 45분 가운데 40분 안팎을 잡담으로 허비했다고 보도됐다. 학교장의 경고와 교육청 관계자의 수업 참관이 잇따랐어도 개선되는 낌새조차 없었다고 한다. 이런 수업이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다.
선례가 없는 이번 징계조치는 문제 교사가 자청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수업을 이끌어갈 능력이 달리거나 교사 자질이 부족한 탓일 것이다. 어느 쪽이건 함량미달이란 평가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태 처리를 놓고 교육청이 얼마나 고심했을지 눈에 보이는 것만 같다.
교사 본인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더 불행한 쪽은 불신 가득한 눈초리에 움츠러든 교육계다. 그토록 수준 낮은 수업이 타성이 될 정도였다면 그 부실은 이번 학기들어 시작된 증상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문제 교사는 다른 학교에서도 태만한 수업을 일삼아 빈축을 샀다고 한다. 왜 그때는 징계하지 않고 전근조치로 얼버무리려 들었는지 궁금하다. 전근을 문제 교사 보호 장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번 사태는 교단이 지닌 많은 문제점 가운데 일부분을 드러낸 계기일 뿐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적격 교사가 이제껏 가슴 펴고 지내온 것은 공직사회의 고질인 `내 식구 감싸기’ 관행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 동료교사, 학교, 교육청이 모두 이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머뭇거린 것이다. 결국 그 온정이 교사 한 사람을 망쳐버린 꼴이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번 사태는 현안인 교육평가제와 결부시킬 필요도 없는 문제다. 누가 봐도 문제점이 인정된다면 그에 합당한 조치는 당연한 순서가 아닌가. 앞으로 비슷한 사례들이 잇따라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쉬쉬’하며 덮는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 무능하고 부실한 교사에게 자녀교육을 맡길 학부모는 없다.
그러잖아도 지금 공직사회엔 `철밥통 깨기 바람이 조금씩이나마 일기 시작하고 있다. 교육계가 무풍지대 였다 해서 언제까지라도 예외지대 일 수는 없음이 이번에 입증됐다. 이젠 교육계에도 개방바람이 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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