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출범 후 각종 재·보선에서 40 대 0의 무패신화를 기록해왔다. 그러나 그 신화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특히 대전 서을 패배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극히 불길한 징조다. 대통령 선거 시험지대로 간주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대전을 누볐지만 30%대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을 뿐이다. 지지도 합계 60%가 넘는다는 이-박 두 사람의 체면도 구겼음은 물론이다.
보선 직전 정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42.8%, 국민중심당은 3.3%였다. 무당파는 35.2%였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무당파가 모두 국민중심당을 밀었다고 가정해도 이겼어야 했다. 패배 이유는 국민중심당 후보를 열린우리당 12%, 민노당 4.7%, 민주당 1.4% 등 비(非) 한나라당 표가 똘똘 뭉쳐 밀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충청권에 반(反) 한나라당 연대가 구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명박-박근혜 두 사람은 개인 인기관리에 치중했다. 틈만 나면 대전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룞따로국밥룞이었다. 합동연설회를 이 전 시장 측이 바랐지만 박 전 대표 측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대중인기만 믿고 이를 이 전 시장과 나누기 싫어한 탓이다. 대전 패배의 책임이 박 전 대표에게 더 많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직선제 도입 후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충청권을 잡지 못한 후보가 당선된 전례가 없다. 그 만큼 충청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전 패배는 한나라당의 대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정당 지지도와 후보 개인 지지도가 높으면 무슨 소용인가. 한나라당에 등 돌린 호남이 있고, 여기에 충청권이 가세하면 선거는 하나마나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 씨의 DJP연대와 2002년 노무현 후보의 룞수도이전룞 공약 모두 충청도를 잡기 위한 암수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이번 참패를 거울 삼아 맹성하지 않으면 12월에도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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