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C.P.보들레르가 이런 글을 남겼다. ‘벌거숭이의 마음’ 가운데 한 대목이다. “훈장을 요구하는 사람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내 의무를 다한 데 대하여 훈장을 주지 않는다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 유능한 사람이라면 구태여 훈장을 달아 주어 무엇하겠는가. 무능한 사람에게라면 달아 주어도 좋겠지. 그러면 광채가 날 테니까.”
보들레르다운 글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훈장제도가 없는 나라는 없다. 그 가운데 영국의 빅토리아 훈장은 흥미를 끈다. 1856년에 제정된 이 훈장은 군 장성뿐만 아니라 이등병도 받았다. 2차대전 때 보르네오에 주둔하고 있던 호주군 제2대대 소속 레슬리 스타체비치 이등병이었다고 한다. 빅토리아 훈장은 제정이래 1353명에게 1356번 수여됐다. 무공이 뛰어난 3명에게 두번 주었기 때문이다. 2차대전 중에는 이 훈장을 두번 받은 사람은 딱 한 사람뿐이었다. 뉴질랜드의 찰스 업햄 대위였다.
지난해 정부가 수여한 훈장은 2만1669건이었다. 1999년 이래 가장 많았다. 퇴직공무원에게 주는 근정훈장이 7868건이나 급증한 때문이라고 보도됐다. 이 근정훈장이 작년에 수여한 훈장의 85.6%라고 한다. 열에 아홉은 공무원 차지라는 얘기도 된다. 오래된 일이다. 훈장증만 미리 주고 실제 훈장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국회에서 도마 위에 오른 일이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예산 관계”라고 답변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훈장증만 미리 받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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