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장만영이 쓴 ‘멋대로의 봄’이란 글에 눈길이 멎는다. 한 대목 옮겨본다. “봄은 멋대로 왔다 멋대로 가는가보다. 그러나 멋대로인 것이 어찌 봄뿐이랴. 거리를 달리는 버스도 멋대로요, 일요일마다 교외로 몰려나가는 택시·관용차와 자가용차들 또한 멋대로이다. 잠깐 공중전화 앞에 가서 보라. 기다리는 손님이야 있건 말건 멋대로 장시간 사랑을 속삭이는 아가씨들을 발견할 것이다. 세상은 모두 제멋에 겨우 사는 가 보다.”
며칠 전 우편물 몇 가지를 한꺼번에 받았다. 우편물에 적힌 주소를 눈여겨봤다. 하나같이 주소가 제각각 이었다. 지번주소·지번주소와 도로명주소를 모두 쓴 것·두 주소를 섞어 멋대로 창안한 주소·도로명 주소에 옛 우편번호 …. 작가의 말마따나 ‘제멋에 겨운 주소’들이 저마다 존개감을 앞세우기 바쁜듯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새로 나온 숫자 5개짜리 우편번호를 쓴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엊그제 우편물을 받으면서 노련한 집배원에게 감사하는 인사를 마음 속으로만 전했다. 같은 구역만 워낙 오래 맡다보니 어느 정도 오래 거주한 주민의 이름과 주소는 대부분 외우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내 멋대로 주소’를 갖고도 한치 오차없이 배달할 수는 없겠기에 하는 소리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만들어낸 도로명 주소다. 여기에 새 우편번호까지 뒤늦게 나와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한들 이제 와서 어쩌겠는가. 빨리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협조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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